2021년 민가정원에 선정, 거창 갈계리 임씨 고가
2021년 민가정원에 선정, 거창 갈계리 임씨 고가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4.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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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년에 건립된 이름난 효자 임훈(林薰, 1500~1584)의 옛집
명종이 정려문을 내리고, 철종이 이조판서로 추증, 고종이 효간공(孝簡公) 시호를 내림

 

대문앞에서 바라본 사랑채와 안채, 살림집의 모습으로 마당가에는 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장희자 기자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풀꽃의 노래,   이해인)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수목원은 2021년에 민가정원 24곳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문화재로 등록된 민가정원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공동조사를 했다. 이 중에서 아름다운 한국 민가정원의 특징이 잘 보존된 24곳을 선정하였다. 

‘민가’라는 용어는 백성의 집으로 사적인 건축을 말한다. 궁궐, 관아, 사찰, 향교 등 공공건축과는 구분된다. 넓은 의미에서는 상류주택인 궁집과 제택, 중류주택, 서민주택을 포함한다. 경남 거창지역에서는 강동마을 동계종택과 갈계리 임씨고가 두 곳이 민가정원에 포함되었다. 갈계리 임씨고가를  탐방했다.

고기와 담장아래 정자, 소나무, 봄꽃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장희자 기자

갈계리 임씨고가(林氏古家)는 경남 거창군 북상면 갈계리 1167번지에 있다. 갈계리(葛溪里) 동쪽으로는 호음산(930m)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산지가 발달해 있다. 서쪽으로는 863m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어지는 산지가 발달해 있다. 두 산지 사이로는 남북으로 소정천이 흐르고 , 남서쪽에서 위천천과 합류해 남쪽으로 흐른다. 갈계리는 임씨 동족부락으로 수백 년의 역사적인 유래를 가졌다.

임씨고가는 1985년 1월 경상남도 민속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효자로 이름이 높았던 갈천(葛川) 임훈(林薰, 1500~1584)이 거처하던 곳이다. 부친인 임득번(林得蕃)이 1507년(중종 2)에 건립한 주택이다.

임훈은 생원시에 합격하여 광주목사를 역임하였다. 부역제도와 군정의 폐단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등 백성을 사랑하는 목민관으로 추앙받았다. 장례원(掌禮院) 판결사에 임명되었으나 사직하고 낙향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 효행으로 정려를 받았다.

조선중기에 지은 500여 년된 사랑채로 자이당(自怡堂)이라는 임훈의 자호(自號)가 걸려 있다. 장희자 기자

고가는 소정천의 우측 도로변 평지에 남서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물구성은 안채, 사랑채, 가묘, 장판각(藏板閣), 솟을대문 등으로 되어 있다. 안채 영역과 사랑채 영역이 남북축 선상에 직렬로 배치되어 있다. 사당은 안채의 북서 모서리에 있다. 대문채, 사랑채, 안채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최근에 복원되었다.

고가에 들어서면 대문채는 정면 3칸의 솟을대문이다. 임훈의 덕행을 추모하여 나라에서 정려문(旌閭門)을 내렸으며 지금 사용하는 대문에 합문(閤門)해 두었다. 이 정려문의 특징은 주춧돌이 거북모양으로 조각된 것이다. 정려문 윗부분에 이조판서를 추증하였다는 내용의 정려패가 걸려있다.

사랑채와 안채 너머로 장판각이 보이고, 뒤편으로는 호음산 줄기가 장쾌하다. 장희자 기자

대문 맞은편에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는 자이당(自怡堂)이라 하였는데 이는 임훈의 자호(自號)이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이다. 가운데 마루 1칸을 중심으로 좌우에 온돌방을 배치한 형식이다. 공포 양식은 장여수장집이며 상부가구는 도리가 세 개인 3량가이다.

사랑채 뒤에는 안채가 있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1.5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이다. 평면은 좌측부터 툇마루가 딸린 온돌방 1칸, 마루 2칸, 온돌방 1칸, 부엌 1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루에는 0.5칸 규모의 벽장이 시설되어 있다. 공포 양식은 장여수장집이며 상부가구는 도리가 세 개인 3량가이다.

안채 옆에는 장판각(藏板閣)이 있다. 이곳에는 갈천 임훈 선생 문집, 책판이 있다. 임훈의 동생 첨모당 임운(林芸) 선생의 문집, 책판도 보관되어 있다.

  분재나무와 꽃나무들이 싱그러운 봄기운을 내뿜는다.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