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서부해당화
[야생화 이야기] 서부해당화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4.2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는 봄을 함께 배웅하다

꽃보다 이름 석 자에 홀려서 좋아하게 된 꽃 해당화, 한 쌍의 연인이 파도에 휩쓸리자 남자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 여자를 구했다. 연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한 남자의 얼굴 위로 하염없이 흘린 여자의 눈물이 해당화가 되었다고 하는 참 슬픈 전설의 주인공이다.그래서 바닷가에 피어있는 해당화의 향이 더 진하고 붉게 느껴지는 것일까? 바닷가에 주로 서식하다 보니 대한민국에 사는 어른이라면 한번은 부르거나 들어보았을 국민가요도 생겨났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그런데 우리가 익히 보아온 해당화와는 사돈의 팔촌도 안될 것 같은 참 희한한 해당화를 만났다. 바다와는 아주 먼 내륙의 깊숙한 어느 마을 고택에서 이 꽃을 보았다. 집주인이 ‘서부해당화’라고 소개했다.

‘얘가 무슨 해당화야.’

해당화라는 이름이 가당찮게 느껴져 약간 반감을 가지다가 곱고 화려한 모습에 마음이 넘어가 버린 서부해당화. 해당화 앞에 서부라는 참 건조하고 재미없는 단어는 어쩌다가 붙여졌을까. 원산지가 중국의 서부지방이라서 서부 해당화라고 한다는데 정말 다 떼어내 버리고 모습에 걸맞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굳이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사람들 편한 대로 이름을 붙여놓았으니 꽃인들 불만이 없을까.

 한악이라는 당나라 시인은 서부해당화를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맑은 달이 뜰 안을 비추는데(澹月照中庭)

해당화 꽃은 저절로 떨어진다(海棠花自落)

홀로서서 한가한 계단을 굽어보니(獨立俯閑階)

바람 따라 그네 끈이 움직이네(風動鞦韆索)

꽃대가 아래로 길게 늘어진 모습을 표현한 마지막 구절이 절묘하다.

가는 봄을 미소로 배웅하는 서부해당화, 오래도록 그 나무 밑에 서성이며 나도 함께 손을 들어 가는 봄에게 잘가시라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