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에 시집와서 27살부터 노점장사 시작
“우리 영감은 2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너무 포시럽게 자라 생활력도 약하고 돈 버는 데는 소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돈을 벌어야 자식 둘을 키울 수 있었다. 시가에도 재산이 없어 분가 때 숟가락 한개도 받지 못했다.”
대구 서문시장 먹자골목의 왕자 순대를 한자리에서 48년째 팔고 있는 김은자(73) 사장의 친정엄마는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40년을 순대장사를 했다. 클 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이 천직이 되었다. 합하면 2대째 88년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간다. 22살에 시집와서 27살에 노점장사를 시작했다. 전기도 없이 매서운 추위에 카바이트 불로 버텨가면서 돈을 벌었다.
순대장사를 30년 정도 했을 무렵 남편(안수길 75)이 순대공장을 차렸다. 한 5년 정도 공장이 잘되어 돈도 좀 벌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옛말대로 남편이 덜컥 중풍에 걸려 버렸다. 현재까지 12년의 병바라지 또한 큰일이다.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과 딸은 장성하여 둘 다 결혼하였고 손주를 4명 보았다.
지금은 노점의 자리가치가 수억원이나 된다. 노점을 팔고 편히 쉬려 계약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가도 그만두면 뭘 하고 지낼까 걱정도 되고, 남편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아 팔지 않고 당분간 계속 한다고 한다.
아침출근 7시 반, 퇴근 오후 7시 반이지만, 지금은 전기도 있고 48년간의 단골손님도 있어 고맙다. “남편의 병 바라지도 국가에서 도와줘서 괜찮아요”라고 한다. 노점장사 48년을 하면서도 아픈데 없이 건강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김사장이 새삼 대견스럽고 크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