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사람들] 먹자골목의 왕자 순대, 48년째 장사하는 김은자 씨
[서문시장 사람들] 먹자골목의 왕자 순대, 48년째 장사하는 김은자 씨
  • 성정분 기자
  • 승인 2021.04.16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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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시장 순대장사 친정엄마 합치면 88년
22살에 시집와서 27살부터 노점장사 시작
김은자 사장의 신나는 장사 시간. 성정분 기자

“우리 영감은 2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너무 포시럽게 자라 생활력도 약하고 돈 버는 데는 소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돈을 벌어야 자식 둘을 키울 수 있었다. 시가에도 재산이 없어 분가 때 숟가락 한개도 받지 못했다.”

대구 서문시장 먹자골목의 왕자 순대를 한자리에서 48년째 팔고 있는 김은자(73) 사장의 친정엄마는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40년을 순대장사를 했다. 클 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이 천직이 되었다. 합하면 2대째 88년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간다. 22살에 시집와서 27살에 노점장사를 시작했다. 전기도 없이 매서운 추위에 카바이트 불로 버텨가면서 돈을 벌었다.

순대장사를 30년 정도 했을 무렵 남편(안수길 75)이 순대공장을 차렸다. 한 5년 정도 공장이 잘되어 돈도 좀 벌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옛말대로 남편이 덜컥 중풍에 걸려 버렸다. 현재까지 12년의 병바라지 또한 큰일이다.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과 딸은 장성하여 둘 다 결혼하였고 손주를 4명 보았다.

48년 배테랑 김사장의 먹음직한 순대. 성정분 기자

지금은 노점의 자리가치가 수억원이나 된다. 노점을 팔고 편히 쉬려 계약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가도 그만두면 뭘 하고 지낼까 걱정도 되고, 남편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아 팔지 않고 당분간 계속 한다고 한다.

아침출근 7시 반, 퇴근 오후 7시 반이지만, 지금은 전기도 있고 48년간의 단골손님도 있어 고맙다. “남편의 병 바라지도 국가에서 도와줘서 괜찮아요”라고 한다. 노점장사 48년을 하면서도 아픈데 없이 건강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김사장이 새삼 대견스럽고 크게 보인다.

김은자 사장의 단란한 가족사진. 성정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