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봄야생화 산괴불주머니
[시골 꽃 이야기] 봄야생화 산괴불주머니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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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보물을 몽글몽글 피워놓은 산괴불주머니

마실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집 앞 길가에서 노란색 꽃을 가리키며 ‘산괴불주머니’라고 한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야생화였는데, 이야기를 하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꽃 이름도 희한하네, 산괴불주머니가 뭐고”하고 혼자 중얼 거리니, “괴불주머니를 닮았고 산에 있으니 산괴불주머니라고 한다네”라며 아는 척을 한다. ‘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이 생소하고 낯설다. 옛날 사람들은 삼재를 막기 위해 보석이나 패물을 지니고 다녔는데, 서민들은 비싼 물건을 가질 수 없으니까 색 헝겊에 솜을 넣고 예쁘게 수를 놓아서 대신했다고 한다. 보석으로 장식한 노리개 대신 몸에 지니고 다녔던 그것이 바로 괴불주머니라고 한단다. 산괴불주머니는 그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서민적인 꽃임에 틀림이 없다. 아니나다를까 돌틈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다.

노란색 주머니를 조롱조롱 달고 있는 산괴불주머니. 장성희 기자
노란색 주머니를 조롱조롱 달고 있는 산괴불주머니. 장성희 기자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개의 꽃줄기에서 여러 송이의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어 마치 노란 종달새가 한꺼번에 지저귀는 것 같기도 하다. 주머니 속에 보물이라도 들어 있나 살펴보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꽃말만 ‘보물주머니’인가 보다. 어떻게 보면 주머니 같기도 하고 새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맑은 공기 속에 연둣빛 나뭇잎과 꽃들이 앞다투어 나오는 봄날에 너무 흔해서 예사롭게 보아왔던 산괴불주머니를 남편 덕분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잠시 꽃샘추위가 시샘을 하지만 산괴불주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체가 노란색 보물인 꽃잎을 몽글몽글 피워놓은 것이다. 아마도 봄이 한창임을 알리는 듯하다. 산괴불주머니는 어디에나 있을 것만 같은 꽃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반갑게 맞이해 줄 것 같은 꽃이다. 마치 어릴 적 이웃집 아주머니를 보는 듯 더 정이 간다.

동네 길가 여기저기에 산괴불주머니꽃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동네 길가 여기저기에 산괴불주머니꽃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