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시인들은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로 ‘봄날은 간다’를 꼽았다.
이 노래는 1954년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백설희가 처음 불렀다.
이른 봄에 이 노래를 들으면 더디오는 봄이 그립고 아련하다.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맥없이 떨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봄날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벚꽃은 화들짝 피었다가 뭇 여인의 마음 달궈놓고는 대책 없이 가버린다.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봄비가 온다. 바람까지 불량이면 삼일천하 길어봤자 5일 천하다.
반짝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에 ‘건달꽃’이란 별명을 붙여보았다.
나이 든 사람이 보기에 가는 봄은 이미 봄이 아니다. 속절없이 가는 봄이 야속할 뿐이다.
코로나로 힘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왔다가 가고 있다.
봄날은 간다 이 노래 원곡은 3절이다.
1.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서낭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고 청 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문인수 시인의 4절.
4.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 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대구시인 문인수는 십수 년 전 늦은 봄 강원도로 누님들과 가족 여행을 떠났다. 남편을 먼저 여의고 칠순을 넘긴 누이들과 함께 부른 노래가 ‘봄날은 간다’였다. 문 시인이 누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기존의 3절 가사에 덧붙여 지은 일종의 헌시(獻詩)가 ‘봄날은 간다.’ 4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