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photo essay] 봄날은 간다
[방기자의 photo essay] 봄날은 간다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1.04.05 21:1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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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인의 봄날은 간다 4절
신천강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방종현 기자
신천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방종현 기자

 

봄날은 간다.

시인들은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로 ‘봄날은 간다’를 꼽았다.

이 노래는 1954년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백설희가 처음 불렀다.

이른 봄에 이 노래를 들으면 더디오는 봄이 그립고 아련하다.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맥없이 떨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봄날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벚꽃은 화들짝 피었다가 뭇 여인의 마음 달궈놓고는 대책 없이 가버린다.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봄비가 온다. 바람까지 불량이면 삼일천하 길어봤자 5일 천하다.

반짝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에 ‘건달꽃’이란 별명을 붙여보았다.

지난밤 비에 꽃잎이 떨어지고있다     방종현 기자
지난밤 비에 꽃잎이 떨어지고있다. 방종현 기자

 

나이 든 사람이 보기에 가는 봄은 이미 봄이 아니다. 속절없이 가는 봄이 야속할 뿐이다.

코로나로 힘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왔다가 가고 있다.

분탕질하고 떠난 건달꽃  방종현 기자
분탕질하고 떠난 건달꽃. 방종현 기자

 

봄날은 간다 이 노래 원곡은 3절이다.

1.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서낭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고 청 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문인수 시인의 4절.

4.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 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대구시인 문인수는 십수 년 전 늦은 봄 강원도로 누님들과 가족 여행을 떠났다. 남편을 먼저 여의고 칠순을 넘긴 누이들과 함께 부른 노래가 ‘봄날은 간다’였다. 문 시인이 누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기존의 3절 가사에 덧붙여 지은 일종의 헌시(獻詩)가 ‘봄날은 간다.’ 4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