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아름다운 동백꽃처럼
[시골 꽃 이야기] 아름다운 동백꽃처럼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4.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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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때도 질 때도 아름다운 동백꽃

요즘에도 이곳 상사리에는 꽃을 보기 힘들다. 특히 동백꽃은 거의 볼 수 없는 꽃이다.

겨울의 끝자락에 집 안에서 키워 보면 몇 송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화원에서 작은 동백나무를 데려 왔다. 햇빛이 잘 드는 안방 창가에 고이 두고 열심히 물을 주었다. 그런데 그 많던 꽃망울들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자꾸만 떨어져 버렸다. 제대로 관리가 안 된 것도 있겠지만 이곳은 동백나무가 살 환경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제주도나 남해안에는 동백꽃이 한창 피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보러 갈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아 있던 차에 동백꽃을 만났다. 포항 시내에 일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시 외곽에 위치한 전원주택에서 예쁘게 피어난 동백꽃을 보았다. 우리 동네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보기 힘든 꽃이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동백나무 잎은 기름을 먹인 듯이 반질반질하고 매끈하다. 잎의 끝자리는 톱니처럼 생겨서 손을 베일 듯 날카롭게 보이지만 손끝으로 만져 보면 무척 부드럽다. 동백꽃은 겨울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겨울에 노지에서 피는 꽃이 매우 드물어 한 송이 한 송이가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대나무, 소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로 불리는 동백꽃을 보니 봄이 성큼 찾아온 듯하다.

붉은 빛깔의 꽃잎과 황금빛의 수술로 장미 못지않은 자태를 뽐내는 동백꽃은 총 세 번 핀다는 말이 있다. 먼저 나무에서 피고, 땅에서 또 한 번 피고, 꽃을 본 이의 마음에서 마지막으로 핀다는데 직접 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는 듯하다.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동백꽃이 매력적인 이유는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도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뭉뚝 떨어진다. 보통 꽃들은 일그러지고 시들대로 다 시든 뒤에 떨어지지만 동백꽃은 곱디고운 그 순간에 별안간 떨어져서 더 애절한 꽃이다. 옛날 양반집에는 동백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꽃이 예쁘고 동백기름이 요긴하게 쓰였지만 동백의 지는 모습이 역모죄로 목이 잘려 나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꺼렸다고 한다. 하긴 당쟁이 심한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럴 일도 없는데 추운 날씨가 동백나무를 심지 못하게 한다.

추억 속에서 동백꽃을 더듬어 보면 신혼여행 때 제주도의 천지연 폭포 앞에서 피어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동백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이라는데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진실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세찬 눈보라 속에서도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동백꽃을 보니 움츠렸던 몸에 기운이 들어가는 듯 힘이 솟구친다. 누구에게나 가슴 한쪽에 동백꽃처럼 예쁜 사랑 송이가 아름답게 피었으면 좋겠다.

시골 길가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장성희 기자
시골 길가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장성희 기자

 

 

세한삼우로 불리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
세한삼우로 불리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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