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동 자랑은 한강공원, 사수동 사랑은 자율방범대
사수동 자랑은 한강공원, 사수동 사랑은 자율방범대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1.03.31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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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같던 사수동이 공원같은 주거지로
자율방범대 "동네 이미지 우리가 지킨다"
사수동
농촌마을이었던 사수동이 아파트단지로 변모했다. 류영길 기자

대구 와룡산에 올라가 북쪽을 바라보면 강 건너 산 아래 작은 농촌이었던 마을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새 도시로 변해 있음을 보게 된다. 사수동(泗水洞)이다. 행정동으로는 관문동이다. 대구광역시 북구의 한 모퉁이 동네다. 앞으로는 금호강이 흐르고 뒤로는 동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아늑한 마을이다.

조선 중기 경북 성주 태생의 문관이요 성리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1614년(광해군 6년) 이곳으로 이거하여, 사양정사(泗陽精舍)를 짓고 대구지역에 많은 제자를 교육하고 지역의 문인들과 교유했다.

한강공원에는 한강 정구 선생의 사양정사가 있다.
사수동 한강공원에는 한강 정구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사양정사가 있다.

왜 사수동이라 하였을까? 사수동의 지명은 금호강과 주위 하천에 둘러싸여 큰비가 오면 물에 잠긴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있기는 하나 정설은 아니다. 처음 이곳에 터잡은 선비들이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가 태어나 살던 곳의 강 이름인 사수(泗水)를 본따서 동네 이름을 사수라고 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남쪽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동서방향으로 달리고 동쪽에는 중앙고속도로가 남북 방향으로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다. 버스 타고 너댓 정류장 가면 도시철도 3호선을 만난다. 와룡대교가 생겨 시내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농사를 짓던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젊은 부부와 어르신들이 많이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 산 쪽으로는 백세공원이 있어 짧은 등산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성베네딕도수녀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엄숙하게 한다.

한강공원을 품고 있는 사수동 풍경.
한강공원 산책길

 

한강공원 내 어린이놀이터.
물놀이장을 겸한 한강공원 어린이놀이터.

사수동의 중심에는 한강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구 선생의 호 ‘한강’을 공원이름으로 한 것이다. 한강공원엔 정구 선생의 사양정사가 키 큰 소나무들 그늘 아래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옆에는 새 동네답게 현대식 어린이놀이터가 있다. 평소엔 아이들이 뛰어놀고 7,8월엔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그늘막이 있고 어르신들을 위한 정자가 있다. 3세대가 함께 거닐기에 딱 좋은 곳이다. 군데군데 휴게소와 운동시설이 있다. 400여 미터 길게 뻗은 공원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한강공원은 가히 사수동의 얼굴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수동 자율방범대원들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사수동 자율방범대원들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이렇듯 사수동은 참하고 정겨운 동네다. 사수동 사람들은 사수동의 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칫 마을이 불량한 사람들로 인해 오염될까 두렵다. 동네가 끝나는 곳은 우범지역이라 그런 곳에서 혹시 불미스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율방범대(대장 이선학)를 조직했다. 마을이 조금이라도 더 청정지역으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몇 어른들과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대원들은 매주 화·수요일 저녁 9시가 되면 동네 외곽을 2시간 가량 걸으며 순찰을 한다.

남편과 함께 자율방범대에 합류한 김미선(56) 씨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활동 하면서 다들 서로 위해 주고 이끌어 주는 분위기를 보면 사수동의 좋은 에너지를 느끼게 돼요"라고 말했다.

"사수동을 사수한다" 자율방범대원들.
"사수동을 사수한다" 자율방범대원들.

사수동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길다란 개천이 축조되어 있다. 제방에 자생한 고들빼기를 캐던 한 주민이 말했다. "사수동으로 이사온 지 4년인데 너무 좋아요. 공기 좋죠. 조용하죠. 운동하기도 좋지요."

사수동 사람들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 언젠가 이 개울에 물이 흘러내리면 사수동은 더욱 활기찬 동네가 되리라. 멀지 않은 하중도에서 유채꽃과 코스모스의 색채도 번져오면 사수동은 더욱 가슴뿌듯한 새 고향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