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윤일현의 '나비'
[시를 느끼다] 윤일현의 '나비'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1.05.31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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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나비 / 윤일현

 

나비의 삶은 곡선이다

 

장독대 옆에 앉아 있던 참새가

길 건너 전깃줄까지

직선으로 몇 번 왕복할 동안

나비는 갈지자 날갯짓으로

샐비어와 분꽃 사이를 맴돈다

 

아버지는 바람 같이 대처를 돌아다녔고

엄마는 뒷산 손바닥만 한 콩밭과

앞들 한 마지기 논 사이를

나비처럼 오가며 살았다

 

나비의 궤적을 곧게 펴

새가 오간 길 위에 펼쳐본다

놀라워라 그 여린 날개로

새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았구나

 

엄마가 오갔던 그 길

굴곡의 멀고 긴 아픔이었구나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 ( 2019 시와 반시)

 

시인은 어머니의 고달픈 삶을 나비의 가녀린 날갯짓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든 시를 음미하노라면 모두 자신의 어머니를 떠 올리게 될 것 같다.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저 멀고 먼 남태평양 작은 섬에서 한 마리 작은 나비의 연약한 날갯짓이 우리나라에 큰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어머니의 작은 일상이 나비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말일게다. 어머니는 단순하게 뒷산 콩밭과 앞들 한 마지기 논 사이를 나비처럼 오갔다. 그러나 그 단순한 삶의 움직임이 가정을 지키고 자식들을 키우면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움직임, 즉 매일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들이 큰 반향을 불러 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일이 있을까. 키운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크게는 나라를 살리고 인류를 구할 수도 있다. 설사 그런 큰 인물이 아닐지라도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기에 말이다. 마지막 연의 엄마가 오갔던 길을 시인은 굴곡의 아픔으로 느끼고 있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곡진한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아픔 이전에 보람과 긍지가 어우러진 기쁨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는 위대하다. 그 위대한 어머니들 덕분에 가정이 지켜지고 사회가 안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알게 모르게 가정과 자식에게 또 남편에게 헌신하고 있다. 그 헌신은 단지 한 가정을 지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지키고 나라를 지켜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지도 모른다. 작은 나비의 궤적을 곧게 펴 새가 오간 길 위에 펼쳐보니 놀랍게도 그 여린 날개로 새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았음을 본다. 바람처럼 대처를 돌아다녔던 아버지 보다 나비처럼 가녀린 몸짓의 어머니가 더 큰 족적을 남겼다는 뜻일 수도있다. 우리들은 크던지 작던지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며 살고 있다. 그 흔적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일이라면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일인가. 또 자신이 돌아 봤을 때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흔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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