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700m 산책 길이 불 밝히는 야화로(夜花路)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영남대 러브로드는 경북 경산시 대학로 280번지 일대에 있다. 영남대학교 거울못 옆에서 시작하여 영남대 상수도 관리소까지 이어지는 길이 700m 산책로이다. 이 길은 1970년 3월 당시 영남대 의상학과에 재직 중이던 안영주 교수가 벚나무 300여 그루를 기증하면서 만들어졌다. 그 후에 개나리, 진달래, 등꽃나무 등도 심어지면서 이 길은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꽃길로 변했다.
이 길의 처음 명칭은 ‘야화로(夜花路)’ 였다. 매년 4월이면 만개한 벚꽃 터널로 장관을 이루고, 특히 밤에는 나무마다 청사초롱이 밝혀져 마치 '밤에 피는 꽃 길' 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 후 연인들 사이에 데이트 장소로 점차 알려지면서 공식 명칭보다는 '연인이 함께 걸으면 반드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러브 로'로 알려지게 됐다. 러브로드를 무작정 걷는다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자들끼리 걸으면 4년 동안 애인이 생기지 않는다', '연인들이 걷다가 누가 불러 돌아보면 사랑이 깨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대학 본관과 생활과학대학 사이 '거울못'을 출발해 길을 가다보면, 오른편으로는 영남대법학전문대학원과 배기원도서관이 있다. 캠퍼스 정원에는 목련꽃, 명자나무꽃, 개나리 등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치고 있다. 왼편으로는 2만평 규모의 영남대 민속촌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에는 안동 수몰지구와 경주에서 이전·복원된 6채의 전통가옥(구계서원, 쌍송정, 일휴당, 의인정사, 화산서당, 경주 맞배집)을 볼 수 있다.
길 오른쪽에는 과거 영남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축산학과에서 실습장으로 활용하던 목장 터가 나타난다. 진달래, 야생화, 파릇파릇한 야생초들이 어우러진 초지이다.
목장 터가 있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자원대 연못이 나타난다. 이곳은 영남대 ‘철학자의 길’의 출발점이다. 2012년 영남대 이효수 총장이 캠퍼스 둘레 10㎞ 구간에 다른 대학이 가지지 못한 넓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활용해 깊이 생각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자신을 세우고, 진리를 탐구하는 학풍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