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극장 이야기] 사라진 추억의 대구 시내 극장들을 만나다
[영화 이야기, 극장 이야기] 사라진 추억의 대구 시내 극장들을 만나다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1.03.25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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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도시,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 주변의 개봉관과 재개봉관 극장가의 현장 취재

“영화는 인생이다. 인생은 영화같다”는 말이 있다. 지금처럼 문화시설이 많지 않던 시절 영화와 극장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기도 하였다. 극장은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개봉관이나 동시 상영관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추석 · 설 명절에는 극장앞에 암표상이 나타나 입장료의 두 배 세 배를 받고 표를 팔기도 하였다.

TV가 많이 보급되지 않던 1970년대 극장에서 쇼를 하는 날이면 가수나 배우를 보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하였다. 특히 하춘화, 남진, 나훈아, 이주일 쇼가 인기가 있었다. 2000년 이후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던 시대는 가고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TV를 통해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대구의 극장가는 멀티플렉스 된 대기업 계열의 롯데, CGV, 메가박스가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메 위치한 멀티플렉스 현대CGV  김병두 기자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현대CGV. 김병두 기자

대구는 일제 강점기부터 극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대구에 극장이 처음 생긴 것은 1907년 일본 전통극과 활동사진을 상영하는 니시키지 극장, 1911년 활동사진 상설관인 대구구락부, 1916년 활동사진 상설관인 칠성관, 연극전용극장인 대구좌가 생겼다. 1920년 8월에 조선인 전용극장인 조선관이 건립되었으나, 화재 후 1923년 만경관으로 바뀌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극장이 일본인이 설립하고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였지만 만경관은 대구자본으로 대구시민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한일극장은 1938년 3층 건물의 키네마구락부로 개관되었다가 해방 후 문화극장으로 변경되었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국립극장의 역할을 하여 주로 연극이 공연되었다. 이후 1957년부터 한일극장으로 변경되어 대구의 대표적인 영화 전용극장이 되었다.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사람들의 문화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극장들이 생겨났다. 대구에도 개봉관인 대구극장, 아세아극장, 아카데미극장, 제일극장과 재개봉관인 자유극장, 송죽극장 등이 생겨났다. 또한 동시 상영관인 신도극장, 신성극장, 대한극장, 동아극장, 국제극장, 수성극장, 동부극장, 시민극장, 대도극장 등 많은 극장들이 생겨났다. 1980년부터 통금이 해제되면서 소극장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애마부인 시리즈 등 많은 성인물이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옛 극장들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재개봉관이나 동시 상영관은 대부분 철거되고 다른 용도로 바뀌어 버렸다.

대구 시내의 대표적 개봉관인 대구극장은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변했다. 주변의 식당 주인인 A사장(70, 대구 중구 동인동)은 "1978년부터 지금까지 극장 앞에서 영업을 해왔는데 주말에는 극장 손님들로 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며, "하지만 극장이 철거되어 지금은 손님이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1980년대 대학을 다닌 S씨(60세, 대구 남구 대명동)는 "친구나 연인과 같이 영화도 보고 음악다방에서 DJ에게 신청한 음악을 듣는 것이 그 당시의 낭만이었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무릎과 무릎사이’의 주연배우인 이보희 씨와 안성기 씨가 대구극장에 무대인사를 와서 사인을 받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지금은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변한 대구극장의 모습   김병두 기자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변한 대구극장 터. 김병두 기자

경상감영공원 맞은편의 아세아극장도 이제는 유료 주차장으로 변했다. 공원을 산책하던 K씨(65, 대구 중구 남산동)는 1980년대 아세아 극장 앞의 대보백화점과 식당가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엄앵란 씨가 운영하던 식당인 ‘나드리애'는 많은 팬들이 이용했다고 했다. 현재는 어르신들이 주로 드나드는 콜라텍이나 식당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치한 만경관은 2002년 개축하여 식당과 빨래방, 롯데 시네마 프리미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차장으로 변한 아세아 극장터   김병두 기자
주차장으로 변한 옛 아세아극장 자리. 김병두 기자
주상복합견물이 된 만경관    김병두 기자
개축한 건물에 상가와 공존하는 만경관 극장.  김병두 기자

1980년대 주로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이던 한일극장은 지금은 철거되고, 신축 건물에는 대형 의류상가와 병원, CGV대구가 입주하였고, 아카데미극장은 철거되고 신축 건물에는 CGV대구아카데미와 식당, 공무원고시학원 등이 입주해 있다. 제일극장은 철거되고 신축건물에는 은행, 학원, 연극을 주로 공연하는 문화예술전용극장이 입주해 있다. 다행히 한일극장, 아카데미극장, 만경관은 신축이나 개축한 건물에서 자리를 잡고 영화 전용극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주상복합건물이 된 한일극장   김병두 기자
신축건물의 한일극장. 김병두 기자
주상복합건물이 된 아카데미 극장   김병두 기자
신축 건물의 아카데미극장. 김병두 기자
신축된 상가 건물이 들어선 제일극장 터  김병두 기자
신축 건물이 들어선 옛 제일극장 자리. 김병두 기자

재개봉관인 송죽극장과 자유극장은 의류상가로 바뀌어 당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붐비던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여 적막감마저 들었다.

의류상가로 변한 송죽극장    김병두 기자
의류상가로 변한 옛 송죽극장. 김병두 기자
의류상가로 변한 자유극장   김병두 기자
의류상가로 변한 옛 자유극장. 김병두 기자

휴대폰이 없던 시절 대구 시내의 극장 앞은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가 되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금은 휴대폰과 카톡이나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되어 예전같은 낭만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들이 이용하던 극장들이 그 자리에 남아 있어,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벚꽃이 만발하는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 친지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면서 봄날의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