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을 누가 아시나요?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을 누가 아시나요?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1.03.2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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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널려 있어, 한 걸음에 와서 볼 수있으니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대구 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대구 서구 비산2.3동 가면 달성토성마을이 있다. 대도시 중심에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옛 정취가 살아있는 동네를 만났다는 건 하나의 행운이다. 이 마을이 이렇게 여느 마을과는 다르게 된 것은 2014년 7월 엄석만 동장이 부임해 오면서부터다. 엄 동장이 처음 왔을 때 동네의 좁은 골목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공터는 늘 거대한 쓰레기장 같았다. 가정마다 마당이 좁아서 화초를 키우고 싶어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분을 밖에 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 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주민들은 화분이 없어질까, 물값이 많이 나올까 걱정이었다. 겨울 화분을 보관할 데가 마땅치 않기도 했다. 골목길을 화분이 점령하고 나면 주민들의 주차 문제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씩 해결해 가기로 마음먹은 엄 동장은 2015년 4월, 주민자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백만 원으로 화초를 사서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주민들 서로가 지킴이가 된 덕분인지 화분이 없어지지 않았다.

대구 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그다음 물값이 걱정이었다. 골목정원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에 구청과 협의해 지원받아 해결하였다. 또 동네에 커다란 온실을 만들어 겨울에는 함께 보관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주차 문제는 햇볕 잘 드는 남향에는 골목 정원을 만들고 볕이 잘 들지 않는 북향 골목을 주차장으로 활용하자고 협의가 이루어졌다. 공영주차장(유료)도 만들어져 오히려 편하다며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드디어 2015년 4월에 서경숙, 김일조, 김동진, 이향자 네 주민이 화분을 내놓기 시작해 1호 정원이 되었다. 이어서 200~300가구가 참여해 지금은 40여 개의 골목정원이 생겼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각 정원마다 서로 다른 꽃으로 특성 있게 가꾸어져 온 마을이 꽃대궐이 된다.

대구 서구 도시재생지원 센터장 제공
대구 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2016년 제1회 달성토성마을 축제가 시작되어 쭉 이어져 왔으나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상태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지역문화 대표브랜드에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구청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대구 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토성마을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마을 해설사를 양성 중이다. 비산 2.3동 동장인 엄석만 씨가 지금은 센터장으로 부임해 달성토성마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중이다.

이 마을에는 오래되고 기이한 '3대 천왕' 나무가 있다.

첫 번째가 사랑의 포도나무다. 사랑의 포도나무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이 동네에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안타깝게도 이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꿈에 커다란 포도나무에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꿈을 꾸고 포도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랬더니 아이도 생기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마을에서는 사랑의 포도나무라 불렀다. 사랑의 포도나무를 만지기만 하여도 잉태의 기쁨과 행운도 온다고 하니 누구나 한 번씩 만지고 지나간다.

두 번째가 하늘대추나무다. 이 대추나무는 원래 키가 2m가 채 안되었다. 그런데 앞집이 1층에서 3층으로 증축을 하면서 햇빛을 보지 못하자 햇빛을 찾아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지금은 키가 10m나 되어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하늘대추나무가 되었다.

세 번째가 인동나무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나무의 주인(87)이 30세 때 이 나무를 친구에게 선물하였다. 그 후 친구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어 키울 수가 없어 되돌려 받아 다시 키우게 되었다. 인동나무의 수령이 57년이나 된다니 놀라울 뿐이다. 인동나무 꽃은 흰색으로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지기 때문에 금은화로 불리며 약성이 좋아 한약 재료로 널리 쓰인다고 한다.

이렇게 도심지에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고 아름다운 전설이 있는 3대 천왕 나무가 있으며 철따라 골목마다 꽃을 피우는 마을이 또 있을까?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 한 번 다녀가 볼 일이다. 바로 옆에는 달성공원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서문시장도 있다.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널려 있으니 한 걸음에 여러 곳을 한꺼번에 둘러 볼 수있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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