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이 노동이 되니, 이를 어쩌나
로망이 노동이 되니, 이를 어쩌나
  • 김황태 기자
  • 승인 2021.03.22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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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취미삼아 한다지만 욕심이 문제
주말 농장 양파와 마늘이 자라는 텃밭 전경이다. 김황태기자
주말 농장 양파와 마늘이 자라는 텃밭 전경이다. 김황태기자

나이 들어 현역에서 은퇴하고 바라는 로망 중 하나는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친구들과 공동으로 경북 청도군 금천면 갈지리에 2010년 11월 주말농장을 마련했다. 400㎡(약 120평)의 밭이다. 농막과 잔디밭을 빼면 경작지는 330㎡(약 100평) 정도다. 거기에 은행나무 2그루, 매실나무 2그루, 아로니아 10그루 등 나무 심은 곳을 빼면 농작물을 심는 것은  200㎡(약 60평)이다.

텃밭의 수선화가 샛노랗게 피어 있다. 김황태기자
텃밭의 수선화가 샛노랗게 피어 있다. 김황태기자

밭을 마련할 때 계획은 노동이 되지 않게 운동 삼아 취미 삼아 최소의 작물을 심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영농을 하기로 했다. 늦가을에 마늘과 양파를 심고, 초여름 마늘과 양파 수확이 끝나면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다. 크게 일손이 가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농약은 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농기계를 사용하기에 애매한 땅이라 일일이 쇠스랑으로 파고 흙을 고르고 비닐을 씌우고 쪼그려 앉아 마늘과 양파를 심는 일은 노동이 되었다. 비닐을 씌웠지만, 고랑에 나는 풀과의 전쟁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빈 땅이 있으면 상추, 쑥갓, 도라지, 골파, 대파, 호박도 심었다. 직접 땀 흘려 가꾼 것을 수확해 찬거리로 쓰는 일에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파종이며, 가꾸고 수확하는 일도 노동이었다. 땀이 비 오는 듯하고, 허리가 끊어지듯 아프다. 로망이 노동이 되고 보니, 셋이 시작했는데 한 친구가 너무 힘들다며 중도 포기를 했다. 지금은 둘이서 하고 있다. 농사 10년이 넘고, 나이가 들어가니 힘도 들고 서서히 싫증도 난다.

텃밭의 음지 쪽이라 매실꽃이 이제 막 피어난다. 김황태기자
텃밭의 음지 쪽이라 매실꽃이 이제 막 피어난다. 김황태기자

로망은 꿈이다. 현실은 꿈같은 낭만과는 다르다. 주말농장 텃밭을 경작하는 것이 육체노동이며 풀과의 전쟁임을 실감한다.  퇴비, 모종 구매 등 지출은 있는데 수입은 없다. 내가 지은 것 내가 먹는 것뿐이다. 욕심을 버리고 최소의 면적만 가꾸자고 다짐하지만,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텃밭 옆집 농장의 자두꽃이 막 피어 난다. 김황태기자
텃밭 옆집 농장의 자두꽃이 막 피어 난다. 김황태기자

될 수 있으면 작게 하고 욕심을 버려라. 풀과의 전쟁을 각오하라. 로망이 노동이 되지 않게 하라. 은퇴하여 텃밭을 가꾸겠다는 로망을 갖는 분들께 참고가 될까하여 경험담을 적어보았다. 꼭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기관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텃밭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