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94) 양보하고 배려하는 어르신
[원더풀 시니어] (94) 양보하고 배려하는 어르신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3.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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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분 좋은 여름날 갓 결혼한 부부가 저녁을 먹고 숲으로 산책을 하러 갔다. 둘이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디서 “꽥꽥”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닭 소리라고 하니 남편은 거위 소리라고 한다.

남편: 아니야, 저건 거위야.

아내: 아니야, 닭이 분명해.

남편(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건 말도 안 돼, 닭은 꼬꼬댁 꼬꼬! 하고 울지만, 거위는‘꽥꽥’하고 울거든 저건 거위라고! 또다시 소리가 들린다. “꽥꽥”

남편: 거봐, 거위지.

아내(한발로 땅을 구르며): 아니야, 저건 닭이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남편(화가 나서): 잘 들어 여보! 저건 거위라니까! 당신 정말!

남편은 입에 담아서 안 될 말까지 내뱉으려는 순간 또다시 “꽥꽥” 소리

아내(눈물을 글썽이며): 저 봐! 닭이잖아!

그 순간 남편은 아내의 눈물을 보았다. 그는 곧 부드럽게 말한다. "미안해 여보! 당신 말이 옳아. 저건 닭이야". 그러자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으며 “여보, 고마워 여보!”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1인의 '인생 수업'에 나오는 일화다.

두 사람이 산책하는 동안 숲속에서 다시 “꽥꽥”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이 닭이든 거위든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건 둘이서 기분 좋게 산책하는 일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관계 단절까지 하게 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닭인지 거위인지와 같은 하찮은 분쟁에서 시작된다. 내 신념을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면, 내게 손해인 일이 아니라면 인정해 준들 무슨 문제인가?

젊은이들이 노인을 왜 싫어할까? 고집스럽고 걸핏하면 언성 높이고, 내 말이 다 옳고, 억지 부리며, 아무 곳에서나 담배 피우고, 무단횡단하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행동은 느리며, 말귀 잘 못 알아듣고, 조금만 거슬리면 “너 몇 살이니? 나이도 어린 것이” 등이 지금 노년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벼슬이던 시대는 끝났다. 어른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어른스럽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연장자의 경험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던 농경사회가 산업·정보화 사회로 바뀐 지 오래다. 이제는 장유유서와 경로효친만 찾아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도 힘들고 고달프다. 세상은 내가 먼저 마중물을 부어야 상대방의 마음이 열린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먼저 다가가고, 부드러운 말, 먼저 내미는 손, 맞장구의 효과를 생각하자. 노약자석을 노인석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을 명심하자. 앞자리에 모시는 젊은이의 양보가 내가 잘나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다. 짜증과 불평만 늘어놓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친절을 요구할 수는 없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고 했다.

늙으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불평만을 늘어놓는다면 가족과 이웃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열린 마음으로 IT시대를 몸에 익히고 배우자. 청결하고 단정한 몸가짐도 소중하다. 매사 열성을 다하며 양보심 강한 어르신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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