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동네, 매남마을
하늘 아래 첫동네, 매남마을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03.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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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용성면 매남4리는 하늘 아래 첫동네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오지마을
매남4리 입구
매남4리 초입 대문에 그려진 태극기가 이채롭다. 노정희기자
주민들의 쉼터. 노정희기자

경산시 용성면 용산을 돌아 구룡계곡을 지나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오르막 외길을 따라 가면 옆으로 버드나무가 자생하는 습지와 조그마한 연못이 군데군데 보인다. 고산지대에 습지가 있다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상당할 것 같다.

해발 600미터 고지에 이르자 마을이 나타났다. 산속 오지마을 매남4리(경산시 용성면)는 하늘 아래 첫동네이다. 청명한 솔바람 소리가 마음을 들뜨게 하고, 고라니가 강아지마냥 겅중겅중 마을을 가로질러 내달린다. 늪지에서 흐르는 도랑에는 미나리가 소복하게 자란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마음. 노정희기자
예전 학교가 있었던 자리의 표지석
예전 학교가 있었던 자리의 표지석. 노정희기자

허리 꼬부라진 노모는 “아들이 장작더미를 꽁꽁 동여매주고 갔는데, 햇볕이 좋아서 덮개를 걷어 말려야겠다”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읊조린다.

이 높은 지대에 초등학교가 있었단다. 건물은 사라지고 운동장 터만 남은 곳에 표지석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예전에는 3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산막에서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로 왁자했을 조그마한 운동장이 정겹다. 지금은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는데 담장 무너진 빈 집도 보인다.

산 능성을 다듬어 지은 집은 나지막이 자리한다. 돌담길과 골목길에 스레트 지붕이 맞닿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마을 입구의 첫집에서부터 가슴 찡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나무대문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애국가, 국민교육헌장이 불현 듯 스친다. 마을 길목 두 군데에 산불조심 깃발이 장대에 매달려 펄럭인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흙으로 지은 집이 세월을 말하다. 노정희기자

 

낮은 지붕과 골목길. 노정희기자
돌담길을 따라. 노정희기자
과거와 현재가 보인다. 노정희기자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깊은 풍경, 코끝에 와 닿는 상큼한 공기, 마을 아래 습지에 자생하는 늙은 버드나무 군락도 경이롭다.

부근에는 용성성당 구룡공소 순례지가 있다. 첩첩산중 외진 곳의 천주교 순례지라 겸허함마저 든다. 비 오는 날에는 운무로 인해 앞이 안 보일 정도라고 한다. 그 역시 장관이라니 다시 들릴 기회를 만든 셈이다.

동네 아래 풍경. 노정희기자
늪지와 나무. 노정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