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아파트 장기수선 충당금
다시 보자, 아파트 장기수선 충당금
  • 김한영 기자
  • 승인 2021.03.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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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부정사용 및 횡령 빈발
주민의 관심과 확인으로 큰 손실 막아낸 사례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오래된 관행처럼 근절되지 않는 고질적인 것이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지출은 늘 둿말이 많고 문제가 잦다. 용도에 맞고 사업비 추진 실행지출도 엄격힌 장치가 마련되어 입주민들이 믿을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자체를 부풀리고 , 교묘한 속임수로 임의로 사용해서 결국은 '업무상 횡령'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장기수선 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의거 아파트 주요시설의 노후화나 고장으로 교체하거나 시설 보수에 준하는 사유 발생 시 사용하기 위한 적립금이다. 아파트 안전과  입주민 복지를 위해 꼭 있어야 할 항목이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관리비에서 충당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에 보면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을 해당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장기수선충당금 비율은 해당아파트 공용부분의 내구연한을 감안하여 관리규약을 정한다고 되어있다. 제31조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장기수선 계획에 따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 시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임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횡령, 임의사용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 잇속을 챙길수 있다는 데 문제가 생긴다. 견제 역할을 하는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실입주자들이 무관심하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 몇 억에서 작게는 몇 백만원이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를 살펴보면 (1)A씨는 대전시 모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 할 당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5회에 걸쳐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4500만원을 개인용도로 임의 사용하다가 적발되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 계좌에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을 자신의 개인계좌으로 옮긴뒤 신용카드 대금, 및 개인채무변제를 하는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횡령한 관리소장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서울 용산구의 모 아파트에서 관리소장 A씨와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장기수선충당금' 임의 사용으로 인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관리소장 A씨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관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아파트 중계기 임차료및 주차비 등 잡수입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횡령하였다. 입주자대표는 이런 사실을 묵인하고 결재해 주면서 범행을 도운 사건 사례이다. 입주민들로부터 손해배상이 청구되어 두 사람은 연대해서 그에 상응한 손해배상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판결 받았다.(출처: 법무법인 일신사무소)

이런 비리 범죄가 만연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입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있다. 관계법이나 사업시행에 대한 이해와 전문인력의 부재로 번번히 당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아파트에서 사업비 절감과 비리예방 차원에서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대응한 모범사례가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 사업추진결의 내용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윤길(62) 씨는 2020년 작년까지 중학교 중국어 과목을 가르키는 평범한 교사였다. 정년퇴직하여 집에서 잠시 쉬던 차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성과를 가져다 준 사건을 만났다.

2020년 8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자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변압기 증설문제를 결의했다. 사업추진을 진행하는데, 변압기 교체공사로 4천만 원에서 최대 1억2천만 원까지 예산편성 동의를 받어놨다는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입주민들이 전기실, 기계실 같은 특수한 장소는 확인 자체를 꺼릴 뿐만 아니라 귀찮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비 자체가 부풀려져 있어도 입주민들은 아무도 이의 제기가 없었다. 

장기수선충당금이 대폭감소된 사업결의서

하지만 김윤길씨는 자신이 공부한 전기관련 전문지식과 변압기공사와 관련한 내용을 블로그에서 찿았다. 이 사업추진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변압기 증설보다는 '수전용량'이 공용변압기에 남아 있어 변압기 교체 없이 남는 전기용량을 세대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공사방법을 전환하면 사업비가 대폭 줄어든다는것을 알아냈다. 

관련 공사업체들로부터 입찰하여 소요금액제시, 사업비 추진금을 3백만원에서 최대 5백만원으로 1억여 원 이상 대폭 감소시켰다. 이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는 엄청 힘이 들었다. 각 세대 우편함을 통해 이해와 설득을 담은 협조문을 7백여 세대에 직접 알려야 했고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입주민들과 공유했다. 사회적 공공성의 중요함을 깨달은 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부조리를 적발하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큰 손실을 면하게 한 사례다.                                                      

사업의 부당성을 막고 공적인 사업비용이 횡령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주민 개개인의 확인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사업비 승인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비리가 줄어들고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체가 공정해질 수 있다. 주민들은 김윤길 씨가 보여준 정의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흘러가 더 이상 부정과 탈법이 발을 붙이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