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지방의 유명 고택, 곡전재
전남 구례지방의 유명 고택, 곡전재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3.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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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대 명당인 금환락지에 자리잡은 곡전재,
같은 마을의 운조루와 사도리마을의 쌍산재와
더불어 구례지방 3대 고택으로 유명하다.
곡전재는 구례 3대 고택 중 하나로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 앞마당에 운치있는 정원이 있고, 마당 한한 곳으로 개울물이 흐른다. 장희자 기자

3월은
겨울 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것 같다.
새순을 움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3월은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3월, 오세영)

 

곡전재(穀田齊)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곡전재길 15-2번지에 있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오미리마을에 있으며, 마을 앞으로는 노고단 문수대에서 발원한 문수천이 형제봉과 왕시루봉 사이를 흘러 구만들을 형성하고 섬진강으로 접어든다. 오미리(五美里)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을 지닌 동네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오동(五洞)으로 불렸으나 이 마을에 정착한 유이주가 월명산·방장산·오봉산·계족산·섬진강의 아름다움에 취해 오미리라 불러 지금에 이른다.

 

곡전재 솟을대문 2층에는 다락방을 설치하여 이곳에서 바깥과 집안을 함께 살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장희자 기자

 

전국 3대 명당 중 한 곳으로 지리산이 품어주고 섬진강이 포근히 감싸고 도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任水)의 명당으로, 풍수지리학자들에 따르면 천상의 옥녀가 형제봉에서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금환락지(金環洛地)라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가락지는 본래 여인들이 소중하게 간직하는 정표로서 출산을 의미한다. 설화에서 가락지가 손가락에서 빠졌다는 것은 곧 생산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토지면 오미리 일대는 금환락지, 즉 풍요와 부귀영화가 샘물처럼 마르지 않는 명당으로 일컬어진다.

곡전재는 1910년경부터 순천 승주 황전면에 사는 7천 석의 부호 박흥림이 명당을 찾기 위해 십여 년을 많은 지관(地官)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토지면 오미리 환동(環洞)을 금환락지로 확정 짓고 이교신(李敎臣, 호: 穀田)과 함께 1929년 건립했다. 박승림이 사업상 서울에 거주하고, 집은 이교신이 위임받아 관리하던 중 박승림이 사망한 후 그의 자부(子婦)가 이교신에게 인도하여 현재 5대째 살고 있다. 곡전재는, 구례문화원, 건축학자, 목포대학 건축과에서 조사한 후에,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2003년 문화재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구례군 향토문화유산(2003-9호)으로 지정되었다.

 

 

사랑채를 지나면 정갈한 마당에 널뛰기와 굴렁쇠, 소나무가 고택과 어울리는 안채가 나타난다. 장희자 기자

 

원래 곡전재는 6채 53칸 한옥이었으나 인수 당시 동행랑과 중간 채를 팔아 훼손되어 있었었다. 현재 소유주 이순백이 1998년 1월 동행랑과 사랑채(중간)를 복원하고 누각을 신설하여 ‘춘해루’라 이름 지었으며, 연못(세연)을 확장하여 현재 5채 51칸이 됐다. 조선 후기 한국 전통목조 건축양식의 주택으로서 부연을 단 고주집, 문살의 외미리 형식, 기둥 석가래 등이 매우 크고 지붕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당시 영 호남지역에서 발견되는 부농의 민가형식 주택으로 문간채, 사랑채, 안채가 모두 일(一)자형으로 배치되었으며 2.5m 이상의 호박돌 담장을 설치하여 집터의 환경을 금환(金環)의 개념을 도입한 점 등이 독창적이다.

 

서(西)랑채는 성현들의 사자성어 액자들이 걸려 있고 분재나무와 줄을 타고 올라간 더덕줄기들이 자연 가림막 역할을 한다. 장희자 기자

 

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남원나들목에서 19번 국도를 이용하여 구례 방향으로 간다. 구례군에서 경남 하동포구로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구만들을 만난다. 넓은 들판이 펼쳐진 산자락에 오미리 본 마을과 함께 운조루가 있다. 운조루에서 마을 앞길을 따라 국도 방향 0.3㎞ 정도 가면 들판 중간에 요새처럼 2.5m 담벼락에 둘러싸인 곡전재가 있다.

곡전재 솟을대문을 통과하면 사랑채가 나타나고, 마당에는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다. 사랑채문 우측에는 곡전재의 성주이씨 선조인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와 투금탄(投金灘), 두문동칠십이현(杜門洞七十二賢) 등의 내력이 적힌 현판이 있다. 문안에는 대대손손 내려온 골동품과 소장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정면으로 안채와 좌측에 서랑채, 우측에 동랑채가 있다. 서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대나무밭과 산책로가 안채 뒤편으로 연결되어 있다.

 

곡전재 춘해루 동편 담벼락 아래에 연못이 있고, 덕천당(뒤채) 앞에는 산수유 2그루가 만발하다. 장희자 기자

 

동쪽 담 아래에는 연못 중간으로 자연석 징검다리와 물레방아를 설치해 놓았다. 연못 북쪽에는 아가씨 방 용도로 뒤채인 덕천당이 있으며, 산수유 2그루가 만개하여 봄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오미리마을에는 곡전재 이외에도 유명한 운조루(문화 유씨 가문 고택)도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2.9㎞ 떨어진 이웃 사도리마을에는 쌍산재(해주 오씨 가문 고택)가 있다. 곡전재, 운조루, 쌍산재는 구례지방의 삼대 고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례지방으로 봄 나들이 가면 이 유명 고택들을 꼭 심방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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