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 담백한 '넘나믈'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 담백한 '넘나믈'
  • 노정희
  • 승인 2019.03.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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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식물, 원추리

딱 이맘때가 먹기 좋은,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원추리 새순이다. 논두렁이나 개울가 등 습지가 있는 곳에 터를 잡아 뾰족뾰족 순을 올리는 원추리는 비타민이 많고 단맛이 난다. 간혹 난초 종류가 아니냐고 하는데 백합과 식물이다.

자료에는 불리는 이름도 많다. 마른 잎이 남아 새순을 보듬어 주는 것 같이 보여 어미와 자식을 빗대어 ‘모예초’, 임부가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득남초’, 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사라진다 하여 ‘망우초’, 사슴이 먹는 해독초라 하여 ‘녹총’ 등 이명과 별칭이 있다. 원추리를 한자로 ‘훤초(萱草)’라 하는데 당 태종의 어머니가 집 뜰에 가득 심었다고, 이에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농업서적인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원추리’ 또는 ‘업나믈’이라 기록되었고, 조선 중종 때 역관이던 최세진이 만든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넘나믈’이라고 하였다. 아마 잎이 넓어서 넘나믈이 아닐까 추정한다. 어린순은 봄나물로, 여름에 꽃봉오리를 따서 찜, 무침, 조림으로 사용, 말린 꽃은 ‘금침채’ 차로, 뿌리는 한약재로 사용하니 식물 전체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시장에 가면 원추리 어린순이 다문다문 보인다. 가격도 저렴하다. 구입한 나물을 데쳐서 몇 가지 무침을 만들었다.

1. 눈에 띄는 사과를 썰어서 같이 초무침을 하였다. 사과의 새콤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맛을 배가시킨다.

2. 된장과 고추장을 섞고 들기름으로 무치니 전통 방식의 무침이다. 어머니가 차려준 그 맛이다.

3. 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쳤다. 맛이 깔끔하다.

Tip : 원추리에는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성분이 있어 많이 먹을 경우 두통이나 발열 구토 설사 증상을 보인다. 콜히친 성분은 통풍이나 소염제로 쓰이기 때문에 적당량을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 열을 가하면 독성이 파괴되거나 현저하게 줄어든다. 반드시 독성이 약한 어린순을 데쳐서 사용한다.

사과를 넣은 초무침
된장과 고추장으로 무친 전통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