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극장 이야기] 사라진 경주극장
[영화 이야기, 극장 이야기] 사라진 경주극장
  • 한규천 기자
  • 승인 2021.03.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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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주극장의 추억을 더듬으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

세상의 시간은 빨리도 흘렀고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어제가 금방 과거가 되고 새로운 문화가 급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시니어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고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극장을 되돌아본다.

구.경주극장 위치에 선 금융기관
옛 경주극장 자리에는 금융기관이 차지하고있다. 한규천 기자

경주에는 1950~60년대 경주극장(사장 : 故이해동)이 유일 하였다. 정확한 설립연도는 알 수 없으나 주위의 증언(손원조 80세)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설립되어 해방 후 70년대까지 경주일원의 시민들에게 문화와 예술, 오락의 장으로 존재했다고 한다. 1960년대 당시에도 극장이 많이 노후되어 있었다. 경주시민은 물론 인근 면단위 시민들도 많이 이용 하였으며, 특히 학생들에게 단체 관람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단체관람이 있는 날은 수업을 단축하고 선생님 인솔 하에 갔다. 요금은 일반인의 반액 정도였다.

당시에는 극장 내에서 공공연히 흡연하는 사람이 있어 극장 측에서 금연방송을 하였다. 또 관람석 뒤쪽에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임검석에 앉아 흡연자를 단속하기도 했다. 입장료는 불명확하나 당시 30~40원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매표소에는 미성년자 입장 가부 표지판을 요금표와 함께 내걸었으며 극장입구에는 집표원(당시 기도라고 호칭)이 입장권을 확인, 집표하였다. 예의 경주극장은 주변 인접 건물에 무너진 허술한 곳이 있어 청소년들이 그곳을 통해 몰래 입장하려다 기도에게나 순찰원에게 들켜 혼나기도 했다. 약삭빠른 이는 기도에게 정상금액 보다 적은 돈을 주고 몰래 입장하기도 했다. 소위 기도가 삥땅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학생이나 청소년 등 일부는 미성년자 입장불가 관람을 하려고 비공식요금을 주고 영사실에서 관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이 몰래 입장했다가 단속 나온 선생님에게 들켜 명찰을 뜯기는 참사(?)도 있었다. 명찰을 뜯긴 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이 나거나 심지어 학칙에 의해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방학 때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영화를 선정하여 싼 입장료로 운영하는 문화교실이라는 행사도 하였다. 문화교실 입장은 남녀 구분이 없었다. 약간의 불량기있는 학생들은 극장 입장을 기화로 금기시하는 남녀 학생 만남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극장에서는 관객을 모으려고 극장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로 방송을 했고, 매 프로마다 주인공과 주요 장면을 내걸었다. 연극과 쇼를 할 때는 출연진들이 악대와 함께 시가지를 돌며 홍보를 하였다. 이렇듯 호황을 누리던 경주극장도 세월의 흐름에 밀려 사라져 갔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그 자리엔 금융기관의 새 건물이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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