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미선나무에 깃든 분홍빛 봄
천연기념물 미선나무에 깃든 분홍빛 봄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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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모양을 닮은 데서 미선나무라 했다
자생지에서는 손가락 정도의 굵기가 고작이다
마디 마디마다 오종종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는 미선나무. 이원선 기자
마디 마디마다 오종종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는 미선나무. 이원선 기자

봄 기운으로 무르익어가는 '대구수목원'을 산책 중에 숲 속에 가려져 있는 듯 없는 듯 자그마한 나무 한그루를 만났다. 연분홍 초롱을 매단 듯 오종종한 꽃봉오리를 마디마디 듬성듬성 매달고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뭣해서 허리를 구부려 찬찬히 살펴보는데, 지나는 아주머니께서 “미선나문데 예쁘죠”한다.

미선(尾扇)이란 대나무로 만든 부채다. 서유기에 나오는 파초선을 빼닮았으며 사극의 연회 장면을 통해, 시녀 둘이 임금의 양옆에 서서 귓불을 맞붙여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부채를 해가리개로 들고 있는데 이것이 미선이다. 20세기 초에 처음 나무를 발견할 당시 열매 모양이 이 부채 모양을 닮은 데서 미선나무라 했다.

이른 봄, 3월 초순 무렵 분홍색을 곁들여 꽃봉오리를 맺고 흰색으로 활짝 핀다. 열매는 꽃이 지고 처음 열릴 때는 파란색이지만 익어가면서 차츰 연분홍빛으로 변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갈색으로 변한다.

어느 때 TV 퀴즈에서 미선나무가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다. 충북 괴산이 자생지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며 꽃은 부채모양으로 피는 식물이름 맞히기였다. 정답을 말했는지 틀렸는지는 기억이 흐리다. 단지 신기한 식물이다 싶어 괴산 자생지까지 찾은 기억은 또렷하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로 20세기 초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분포한 자생식물을 조사할 때 처음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나무는 지리적으로 이웃한 중국과 일본 등지에도 같이 분포하여 자라지만 미선나무는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한다고 한다. 물푸레나무과는 비교적 자손이 많은 가계, 말하자면 대종가지만 미선나무속은 오직 한 가계라 특이할 만하다.

만개한 미선나무 꽃(2020년 봄 촬영). 이원선 기자
만개한 미선나무 꽃이 탐스럽다. 이원선 기자

게다가 미선나무처럼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관련 전공학자들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24년에는 미국의 아놀드로 보내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후 1934년에는 영국 큐(Kew)식물원을 통해 유럽에도 알려지게 된다.

미선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충북 괴산과 영동, 전북 부안 등 중부지방에 한정되어 있다.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키는 1미터를 겨우 넘길 정도로 작다. 간혹 정원수로 키울 경우 나무지름이 10여 센티미터에 키가 3미터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생지에서는 손가락 정도 굵기가 고작이다.

종류로는 하얀 꽃으로 대표하는 미선나무 외에도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푸른미선 등 있다. 현재 자생지 중 4곳을 정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춘설을 온몸으로 견디어 봄을 일구고 있는 미선나무가 대견스럽다. 연분홍 꽃봉오리를 꽃등처럼 주렁주렁 매단 미선나무, 미구의 어느 날에는 만개하여 꽃향기를 바람에 실어 봄을 예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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