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대왕암에 가다
울산 대왕암에 가다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1.03.02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붉은 동백꽃 잔치의 대왕암
활짝 핀 동백꽃
활짝 핀 동백꽃. 감정호 기자

울산시 동구 방어진에 대왕암이 있다. 기자가 20여 년 전 울산에서 근무할 때 가끔 찾아가던 곳이라 길이 아주 생소하지 않지만, 울산대교 건설로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동백꽃. 김정호 기자
동백꽃. 김정호 기자

2월의 마지막을 보내며 전설의 대왕암, 겨울 바다, 그리고 동백꽃을 보기 위해 울산지방으로 방향을 잡고 달린다. 대왕암 공원에 주차하고 낙락장송 길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때맞추어 키 큰 동백나무에 진자주색 동백꽃이 잔치판을 벌려놓았다. 붉은색 꽃잎에 노란 수술로 장식한 동백꽃이 수줍게 피어있는 모습이 참으로 곱다. 옛날보다는 동백나무 수가 많이 줄기는 하였어도 역시 우람한 동백꽃 나무가 수십 그루 길손을 반긴다.

떨어진 꽃송이. 김정호 기자
떨어진 꽃송이. 김정호 기자

전설에 의하면 신라 30대 왕인 문무왕(재위 661~681년)은 평소 지의법사(智儀法師)에게 말하기를 “나는 죽은 후에 호국대룡이 되어서 불법을 숭상하고 나라를 수호하려고 한다”라고 하였다.

대왕암 전경. 김정호 기자
대왕암 전경. 김정호 기자

재위 21년 만에 왕이 승하하시자 유언에 따라 불교 법식대로 화장한 뒤 동해구(東海口)의 대왕석에 장사 지내니 용으로 승화하여 왜구를 막고 동해를 지키게 되었다. 이렇게 장사 지낸 문무왕의 해중 왕릉을 대왕 바위라 부른다. 문무왕 수중릉은 경주시 양북면 감포 앞바다에 있다.

대왕 승하 후 왕비도 세상을 떠난 뒤에 용이 되었다. 문무왕은 생전에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였고 죽어서도 호국의 대룡이 되어 왕의 넋은 쉬지 않고 바다를 지키거늘 왕비 또한 무심할 수 없었다. 왕비의 넋도 한 마리의 호국용이 되어 하늘을 날아 울산을 향하여 동해의 큰 바위 밑에 잠겨 용신이 되었다. 그 뒤 사람들은 그 큰 바위를 대왕암(대왕바위)이라 불렀다. 왕비가 용이 되어 잠겼다는 큰 바위 밑에는 지금도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대왕암 모습. 김정호 기자
대왕암 모습. 김정호 기자

경주 감포 대왕암은 육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바다 가운데 있어서 걸어서는 갈 수 없다. 그러나 울산 대왕암은 육지와 가깝고 지자체에서 육교를 설치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김정호 기자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김정호 기자

기자가 방문한 날에 바람이 조금 거세게 불고 있었으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붐비고 있었다. 겨울 바다의 낭만과 바람 탓으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이 가져다주는 광경은 대왕암과 더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관을 이루었다. 

봄 맞이 수선화. 김정호 기자
봄 맞이 수선화. 김정호 기자

돌아오는 길에 생각지도 않았던 수선화 몇 포기가 동백꽃 맞은 편 길가에 다소곳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봄이 가까이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