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구는 사람 살기에 딱 좋은 곳이야
역시 대구는 사람 살기에 딱 좋은 곳이야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1.03.0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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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내리는 눈이라고? 나중에는 그게 '똥덩어리' 될지니..
연휴 마지막 날인 1일, 강원 지역에 50Cm 눈폭탄이 내렸다. 정부는 군 투입 등 대응순위 2단계로 격상하여 제설작업을 했다. 한국도로공사 CCTV

2019. 8/12

태백산맥 줄기 강원도 새 집으로 이사 왔다. 대구는 눈이 없지만, 이곳은 눈이 많다는데 정말 기다려진다.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10/14

이곳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나뭇잎들이 전부 울긋불긋하게 바뀌고 있다. 사슴도 뛰어 놀고 있구나!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천국과 다름없는 이곳을 사랑해야지.

11/11

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신의 선물... 아! 정말 기다려진다.

12/2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덮여 있다! 만세! 만세! 만만세다! 아름다운 풍경화 같다! 마당을 쓸고 길을 냈다. 아내와 눈싸움을 했다. 제설차가 와서 길을 치우며 집 앞으로 눈이 몰렸다. 아내와 같이 치웠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이곳을 사랑한다.

12/12

간밤에 눈이 더 왔다. 아름다운 눈이다. 제설차가 또 와서 길을 치웠다. 나는 집 앞을 다시 치웠다. 아름다운 곳이다.

12/19

눈이 더 왔다.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삽질하기에 지쳐 버렸다. 삭신이 쑤신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 염병할.. 그 놈의 제설차가 오전 내내 오지 않았다.

12/22

하얀 똥덩어리가 간밤에 더 쌓였다. 삽질하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이놈의 제설차는 내가 집 앞을 다 치울 때까지 숨어있다 오는 것 같다. 사람을 놀리는 거야 뭐야! 빌어먹을 놈의 제설차! 빨랑빨랑 와야지!

12/23

드디어 몸살이 걸렸다. 아내도 같이 걸려서 병간호도 해줄 사람이 없다. 약도 사러 갈 수가 없고.. 우와 진짜 욕 나온다.

12/24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아내와 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하지만 힘을 내야지. 저녁 무렵이 되니까 몸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12/25

크리스마스라고? 빌어먹을! 그게 어쨌다는 거야!! 방송에선 서울 놈들이 눈이 안와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아니라고 쌩 야단이다. 저것들은 여기로 잡아다 사흘밤낮 눈만 쳐다보게 해야 한다. 간밤에 망할 놈의 눈이 더 왔다. 간신히 몸 추스르고 일어났는데 말이다.

빌어먹을 놈의 제설차는 내가 눈을 다 치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 앞으로 잔뜩 밀어놓고 가버린다. 소금을 잔뜩 뿌려서 녹이면 되는데 뭐하는지 모르겠다. 소금 뿌리는데 들어가는 돈이 지네 돈이야 국가 돈이지!

12/27

더 많은 똥덩이가 쌓였다. 제설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와서 삽질한 것 빼고는 3일 동안 집안에 쳐 박혀 한 일이 없다. 도대체 어디를 갈 수가 없다. 자동차가 눈 속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도대체 사람 사는 덴가? 일기예보는 또 30cm 가량의 눈이 더 온단다. 30cm면 삽질을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우와! 돌아버리겠다.

12/28

일기예보가 틀렸다. 30cm가 온다던 눈이 무려 1m나 더 왔다. 1m30cm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에나 다 녹을 것 같다. 기상대 놈들은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저러고도 월급 받고 있다니,, 눈 속에 파묻어 버려야 한다. 제설차가 눈에 파묻혀 운전수가 삽을 빌려 달랜다. 제설차가 밀어놓은 눈 때문에 삽을 세 자루나 부러뜨렸다고 얘기해 줬다.

2020. 1/4

오늘은 드디어 집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가게에 가서 음식 좀 사고 돌아오는 길에 사슴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차로 치었다. 차수리비가 200만원이나 나왔다. 지난 11월에 사냥꾼들은 뭐 했는지 모르겠다! 기관총이라도 가지고 와서 염병을 할 사슴이라는 짐승은 죄다 작살내야지!!

3/3

지난겨울에 소금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차가 다 녹이 슬어 버렸다. 제설차로 밀어야지 도대체 왜 소금을 사용해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놓냐 말이다. 국가예산이 저희 돈이란 말인가? 아껴 썼어야지! 도대체 신도 포기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5/10

눈 없는 내 고향 대구로 이사 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재작년 8월에 펄펄 내리는 눈이 너무 좋아 강원도로 이사 갔다가, 1년도 못살고 다시 고향 대구로 내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