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 투명페트병, 비우고 뜯고 구겨서 버리세요
[환경 이야기] 투명페트병, 비우고 뜯고 구겨서 버리세요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1.02.22 17: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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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2020년 8월)으로
작년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작
투명페트병을 비우고, 라벨을 뜯어내고, 압착 후 뚜껑을 닫아서 배출

사람은 플라스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이나 사무실, 가정, 학교, 병원,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 일상생활 주변에서 ‘20세기 기적의 소재’로 불리는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물이나 공기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플라스틱 없는 생활 역시 상상할 수가 없게 된 것이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무심코 버려지는 수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지구 곳곳에서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도 중요하지만 버리는 것 역시 중요한 이유다.

환경부에서는 자원 재활용 확대와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2020년 8월)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되거나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는 아파트 등)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시작됐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플라스틱과 투명페트병 마대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허봉조 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플라스틱과 투명페트병 마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허봉조 기자

그렇다면 왜 음료·생수 등의 투명페트(PET)병을 다른 플라스틱류와 분리해서 버려야하는지, 환경부 자료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플라스틱 재활용품은 유사한 품목의 혼합배출로 수거와 선별, 파쇄 및 세척 등 재활용 과정에서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순도가 높은 페트병을 분리수거해 고품질의 재생원료를 확보함으로써, 국산 재생페트 사용량을 2019년 기준 연 2.8만 톤에서 2022년 1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해 수입 재생페트를 전량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투명페트병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버리는 단계에서부터 올바른 과정이 중요하다. 먼저 내용물을 비우고, 부착된 라벨을 뜯어낸 다음, 압착한 후 뚜껑을 닫아, 투명페트병 전용 수거용기(마대, 그물망, 플라스틱 수거함 등)에 넣으면 된다. 압착하고 뚜껑을 닫는 것은 부피를 줄이고, 수거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페트병 뚜껑은 PE, PP 등 재질로 물에 뜨기 때문에 재활용과정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으며, 뜯어낸 라벨은 비닐류로 배출하면 된다.

간장통은 원칙적으로 별도 분리배출 대상은 아니지만 내용물을 깨끗이 씻으면 함께 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일회용컵이나 과일트레이, 계란판 등은 투명하지만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다른 재질로 생산된 경우가 있고, 직접 인쇄를 하거나 성형을 위해 다른 재질이 혼합되는 등 재활용 품질이 떨어져 투명페트병과는 다르게 플라스틱류로 배출해야 된다고 한다.

국내 플라스틱 고품질 재생원료 시장 육성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2019년 12월 25일부터 음료·생수 페트병에 유색 몸체 및 잘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 사용을 금지하고, 상표 띠도 절취선이나 제거용 손잡이 등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조치를 하도록 했다. 아울러 작년 12월부터는 상표 띠 없는 먹는샘물도 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또한 환경부는 업계와 협력해 기존에 주로 재활용되던 의류용 솜, 계란판뿐만 아니라 의류나 가방, 신발 등에 사용되는 장섬유와 페트병으로 재활용 용도를 다각화하기로 했다. 옷으로 활용되는 경우 옷의 크기나 종류, 디자인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 티셔츠 한 벌에 500㎖ 병 12개 또는 2L 병 5개, 긴소매 기능성 재킷에는 500㎖ 병 약 32개가 사용된다니, 놀라운 일이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시작된 지 2개월이 가까운 요즘,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부들은 자연스럽게 빈 생수병에서 라벨을 뜯어내고 압착한 뒤 뚜껑을 닫아 분리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을 더러 만나게 된다. 생활쓰레기 분리배출을 몸소 하지 않거나 공동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1차 시행 대상이 아닌 연립, 빌라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도 1년 후인 올해 12월 25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어야겠다.

이물질 함량이 낮아 순도가 높을수록 고품질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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