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족처(濯足處)로 손꼽다, 산청 대원사계곡
탁족처(濯足處)로 손꼽다, 산청 대원사계곡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2.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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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수림과 반석이 신비롭다, 12㎞ 계곡길
눈이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 기암괴석을 감도는 옥류소리,  금강 소나무의 바람소리, 산새들의  합창을  느낄수 있다. 장희자 기자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길,    이준관)

대원사계곡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 455번지 일대에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와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로 해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한 계류가 암석을 다듬으며 흘러내린다.

조그만 샘에서 출발한 물길이 신밭골과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들어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면서는 수량을 더해 대원사가 있는 유평리에서부터 큰 물을 이룬다.

대원사계곡 탐방로길 중간부분에 있는 대원사 일주문으로 '방장산 대원사'라 적혀 있다. 장희자 기자

대원사 계곡은 깊고 울창한 수림과 반석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마을 이름을 따와서 유평계곡이라 불렀으나 대원사 비구니 사찰의 깨끗한 이미지가 더해져 지금은 대원사 계곡으로 불리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동북쪽 유평 계곡에 위치한 대원사는 수덕사의 견성암과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참선수행 도량이다.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그 후 여러 차례 화재로 부분적으로 보수하였다가 여순 사건 때 빨치산 토벌로 모두 불탔으나 1955년 법일스님이  재건했다.

비구니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세상을 깨우듯, 사시사철 쉼없이 흐르는 물소리로 깊은 산중의 정적을 깨우는 대원사계곡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은 남한 제일의 탁족처(濯足處)로 꼽으면서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 했다.

대원사 계곡을 따로 조성된 테크로드길에 수려한 자태의 아름드리 금강송 소나무와 맑고 청아한 계곡이 어우러진다. 장희자 기자

산청군에서는 대원사 주차장에서 유평마을까지 3.5㎞ 구간에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 2018년에 완공한 이후에는 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함양JC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로 갈아 탄다.

산청IC 나들목에서 나와 산청읍에서 59번 국도를 이용하여 웅석봉과 왕산 필봉산 사이 골짜기를 지나 밤머리재(570m)로 오르는 구절양장 고갯길을 오른다. 고개를 넘어 한참을 내려오면 명상삼거리에서 중산리 가는 길과 대원사 가는 길을 우회전하여 덕천강을 따라 2.4㎞정도 천왕봉방향으로 가다보면  대원사버스정류소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탐방로길이 시작되는데 계곡길 초입에 “대원사 계곡,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곳”이라 써 놓은 문주(門柱) 를 통과한다.

나무데크로 조성한 계곡길을 걸어가다 보면 소막골 야영장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보인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고 해서 소막골이라 전해진다. 소나무숲길과 계곡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맹세이골 자연관찰로를 지나서 일반도로에 접어든다.

대원사는 운문사,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이다. 장희자 기자

대원교가 나타나고 다리를 건너면 ‘방장산대원사(方丈山 大源寺)’라 쓰인 일주문이 나타나면서 사찰 경내에 들어서게 된다. 방장산(方丈山)은 지리산의 옛 이름이다. 방장(方丈)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매우 크고 깊은 산이라는 뜻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테크길과 깨끗한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와폭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덧 대원사에 도착한다. 대원사앞에 설치한 길이 58m 방장산 교량을 건너 계곡을 따라 테크길을 걸어가면 용이 100년간 살다가 승천했다는 대원사 계곡 최고의 절경 용소가 나타난다.

계곡길을 따라 조금 더가면 자연이 가르치던 가랑잎초등학교가 나타난다. 1994년에 폐교되었으며 한때는 학생수가 100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대원사를 지나 첫번째 만나는 마을인 유평마을에 도착했다.

대원사 계곡 상류에는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어 청량감을 더해 주고 있다.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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