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91) 노년의 착각
[원더풀 시니어] (91) 노년의 착각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2.22 09: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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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가 있었다.

평소 일상적 대화도 곧잘 하던 부부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에서 불편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질문에 아내는 대답을 않거나 동문서답이 되는 등 남편은 아내의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나 걱정되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보! 내말 들려요?” 아내는 대답이 없다. 점점 거리를 좁혀가며 똑같은 말을 해 보았다. 드디어 아내는 귀찮다는 듯 “네! 들려요 벌써 네 번째 답이에요.” 잘 들리지 않았던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기는 정상인데 상대방이 비정상이라 생각하는 착각이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와 같다.

민주국가는 선거에 의해 대표자를 뽑고 대표자에게는 막강한 힘이 부여된다. 기초의원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선거가 있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한결 자기가 최고인줄 안다. 착각 속에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승리를 위해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같은 일을 두고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와 함께 합리화하고, 남이하면 가차 없이 가혹한 비난을 퍼붓는 이중 잣대의 ‘내로남불’이야말로 착각의 표본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고 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고립화 되어가는 노년세대들의 착각이 더욱 문제다. 지금의 노년세대는 가장인 아버지가 가족을 지휘 통솔하며 집안에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남자 중심 가부장문화가 몸에 배인 세대이다.

개인주의와 여성의 사회진출로 변한 사회가 몸에 익숙하지 못한 채, 집안 어른으로 군림하려는 착각이 가족들 간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입만 열면 왕년의 무용담으로 자기도취에 빠져 거들먹거리는 역전의 용사도 있다. 과거의 이력이 무슨 벼슬인 양, 이력서인지 명함인지 구별도 안 되는 쪽지를 내밀고 다니는 자기과시형도 있다. 마음만 앞서서 젊은이들과 무모한 경쟁을 하다가 낭패를 보는 노익장도 있다. 대체로 은퇴전의 직책이 평생 따라다니는 호칭이 되고,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구별 못하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착각도 있다. 평생을 살아온 사고방식이 굳어져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거나 타협할 줄 모르는 자기만이 가장 올곧다고 생각하는 착각도 문제다.

이제 우리는 현실의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고집불통, 구제불능이란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모든 갈등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큼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습관화시켜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자는 이야기다.

일상에서 각자의 생각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매사에 습관적으로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말은 쉬워도 실천은 물론 어렵다. 상대가 품고 있는 생각, 속마음, 처해있는 상황, 배경을 측정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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