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자의 이야기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1.0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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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 듯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겸손한 마음을 가지자.

우리는 철학을 ‘사유의 학문’이라고 보통 알고 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다. 철학자라고 하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인간 존재의 ‘존재다움’에 몰두하는 한 철학자가 있었다. 사유(thinking)는 인간 정신의 본성이요 특성이라는 것에 연구하다보니 가진 것이 없었다.

가진 것이 없지만 풍요로운 영혼의 양식으로 살아갔다. 구두 한 켤레가 전 재산이었다. 너무나 학문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구두가 닳는지도 몰랐다. 허름한 자신의 모습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구두가 당장 수선이 필요 했다. 구두 수선공을 찾아가 구두를 맡기면서 수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테니 금방 수선해 것을 요청했다. 수선공은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합니다만 지금 고쳐 드릴 수가 없군요. 전 지금 저녁 선약이 있습니다. 내일 찾아가면 어떻겠습니까?”

철학자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구두 한 켤레가 내 전 재산이오. 그 구두가 없으면 당장 신을 것이 없단 말이오.”

“좋습니다. 그럼 제가 헌 구두 한 켤레를 빌려 드리도록 하지요.”

수선공의 말에 철학자가 왈칵 화를 냈다.

“뭐라고요? 내가 다른 사람이 신던 헌 구두를 신으라고요? 지금 나를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거친 말에 구두 수선공 역시 당당 했다.

“여보세요! 당신 같은 철학자들이란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 아니오? 그런데 잠깐 다른 사람 신발 좀 신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낡은 사상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철학자,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 같아 현명한 구두공의 한 마디가 교훈을 넘기는 것 같다. 마음의 창이 폐쇄되면 마음의 병이 생기고 원활한 대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결국 자기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알아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