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새마을문고 19대 회장, 이승로 씨를 만나다
대구광역시 새마을문고 19대 회장, 이승로 씨를 만나다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02.19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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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빚진 책을 돌려주려고 봉사 시작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 만들기
이웃에 ‘앎’을 전달하는 파수꾼
60주년을 맞이한 새마을문고
대구광역시 새마을문고 이승로 회장
대구광역시 새마을문고 이승로 회장. 노정희 기자

눈 없고, 귀 없고, 입 없고, 손도 발도 없는 책, 그러나 마주하면 겸손해 진다. 쌀은 육신을 살찌우지만, 책은 정신의 밥이 되어준다. 책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에겐 책 냄새가 난다. 이승로(58.수성고량주 대표) 씨가 그러하다. 그의 소탈한 웃음은 상대를 편안하게 한다.

대구광역시 새마을문고 19대 회장에 이승로 씨가 선임되었다. 새마을회관(남구 봉덕로9)에서 마주한 그에게서 예외 없이 사람 냄새, 책 냄새가 났다. 그는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회장을 역임하면서 독서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업무 중인 이승로 회장
업무 중인 이승로 회장. 노정희 기자

-제19대 새마을문고 대구광역시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3년 임기 동안 어떤 일을 계획하는지요?

▶제가 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은 독서문화증진(책 읽는 도시 대구), 대구정신계승(국채보상운동), 생명살림운동(지구살리기),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대구시 8개 구·군 새마을문고 회장들과 함께 작은 도서관 운영, 대통령기 국민독서경진대회, 독후감공모전, 그림그리기 대회, 작은 음악회, 독서골든벨,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데이, 북&페스티벌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구시를 문화 예술중심도시로 만드는 데 새마을문고가 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새마을문고는 새마을운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1961년 2월 1일, 울산의 엄대섭(1921~2009. 호는 간송) 선생이 사재 20만 원의 기금으로 ‘마을문고 보급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엄 선생은 농어촌마을 마을문고 설치 운동과 공공도서관 운동을 이끈 도서관 운동가였습니다. 덕분에 전국적으로 소도서관이 보급되어 독서계몽이 펼쳐졌습니다. 1972년에 ‘마을문고’가 새마을운동으로 편입되면서 ‘새마을문고’로 개칭되었지요. 그러니까 새마을문고는 새마을운동보다 1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새마을운동은 4개 단체가 모여 근면, 자조, 협동을 기조로 하여 역할을 분담하기도, 공조하기도 합니다. 저는 새마을 정신 중에 ‘자조’는 ‘혁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게 여러 방향으로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마을문고는 중앙회 기준으로 시·도 지부 18개소, 시·군·구 지부 228개소, 사업실체인 작은도서관 1,325개 등 우리나라 최대의 국민독서운동 주도단체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새마을은 8개 구·군에 지휘를 두고 있고, 동 단위의 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새마을 4개 단체는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부녀회, 직장공장 새마을, 새마을문고로 조직되어 각 단체의 특성과 실정에 맞는 활동을 합니다. 새마을문고는 작은 도서관 운영과 독서생활운동을 통해 책 읽는 도시 만들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승로 회장님이 새마을문고와 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당시에는 책이 귀해서 마음대로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교과서 이외의 책을 구경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다행히 어느날부터 새마을지도자 집 대청에 서가가 마련되고 위인전이 꽂혀 있었지요.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등, 위인전 중심의 책이었지만 신기한 책나들이였습니다. 책읽기를 즐기다보니 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독후감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서가에는 다양한 책을 갖추지 못 했으나 녹색 표지의 위인전기집에서 이순신장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왜군과의 전투에서 빛나는 승전도 훌륭했지만, 그것보다 제 가슴에 진하게 박힌 것은 장군이 무과시험에서 낙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낙마(落馬)로 다친 다리에 부목(副木)을 하고도 다시 도전하는 정신, 늦은 나이에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역경을 딛고 끝끝내 무과에 급제하는 불굴의 도전정신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한 권의 책이 성장하는 과정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새마을문고를 통해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고 봐야겠지요. 제가 책과 연계한 봉사를 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에 새마을문고에 빚진 것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새마을문고를 만들도록 힘쓸 것입니다.

 

-시·구립 도서관과 새마을문고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2019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오시어 “새마을지도자는 공무원증을 가지지 않았지만 가장 헌신적인 공직자입니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의 기적을 이끈 것도 새마을지도자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이룬 것은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마을운동은 과거의 운동이 아니라 살아있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며 격려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새마을문고는 살아 있는 공동체이고, 우리나라의 역사입니다.

 

-새마을문고와 관련해 문화공동체를 활성화 시킨 공로로 행안부장관 표창을 받으신 걸로 압니다. 새마을문고 대구광역시회장으로서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구시북구지부회장 때 ‘부키야 놀자 북앤페스티벌’을 공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계기로 상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키는 ‘북구의 아이들’을 뜻하지만, 새마을문고에서는 북앤키즈(Book&Kids)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새마을문고 활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주민 친화적이고 아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행사로 진화해 나가야 합니다. 정보화와 국제화 시대에 맞는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마을문고 회원들과 미래를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이승로 회장과 배석진 행정지원부장
이승로 회장과 배석진 행정지원부장. 노정희 기자

새마을문고 대구광역시지부는 2016년부터 문고 홍보에 나섰다. 책(BOOK)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북(BOOK)소리 작은음악회’, 2017년에는 문화공연으로 업그레이드 시켰고, 2018년에는 시낭송회를 식전 공연으로 하고 하모니카와 바이올린 공연을 펼쳤다. 2019년에는 문고성격에 맞는 아이템의 필요를 느껴 문고의 홍보와 역사, 독서퀴즈 등으로 행사를 치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를 열지 못 했으나 다음 행사는 ‘문고 운동은 책이라는 단순한 매개체를 넘어서 문화운동’이라는 개념으로 확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고지원을 담당하는 배석진 행정지원부장은 “새마을문고 봉사는 문화와 접근해서 동참하시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해주실 수 있으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봉사 문의는 053)476-9408번 입니다”며 새마을문고에 대해 살뜰한 정보를 설명해 주었다.

새마을문고에서 발간한 서적
새마을문고에서 발간한 서적. 노정희 기자

이승로 대구광역시새마을문고 회장은 대구 동신초등학교, 청구중, 능인고, 경북대법대행정과를 나와 주조 회사에 근무, 현재 수성고량주를 경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많은 사회활동과 그에 대한 표창 또한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프로필을 내세우지 않았다. ‘새마을문고에 매진할 것이다’는 말로 ‘문고 사랑’을 피력했다.

문학이 그리는 것은 세계이다. 책 속에는 세상을 재해석하는 힘이 숨어있다. 그는 혁신을 기반으로 내세우지만, 겸손 또한 겸비했다. 그는 분명 새마을문고에서 하나의 섬으로 기억될 것이다. 파도와 물새와 어울리며 안식을 주는 섬, 섬 속에 숨어있는 그림을 찾아 이웃에 ‘앎’을 전달하는 파수꾼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새마을문고 60주년을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