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32) 이장님의 설 준비
[이장님 일기] (32) 이장님의 설 준비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02.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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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들 새 돈 바꾸어 드리기
무거운 사과와 떡국떡 사다 드리기

신축년 설날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어르신들은 설날을 맞아 찾아오는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시장에 가서 뻥튀기를 하고 강정을 만들고, 쌀을 가지고 가서 가래떡을 만들어 와서 밤새 썰고, 사과 농사를 짓는 집에 연락해 좋은 사과도 사고, 허드레 사과도 사서 창고 겸으로 사용하는 건넛방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올해는 난데없이 찾아온 코로나가 1년을 버티어 이번 설날까지도 해결 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 영향으로 이번 설에는 멀리 있는 자식들조차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한다. 어르신 혼자서 보내야하는 쓸쓸한 설날이 될 것 같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이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몇 가지 설날 준비를 도와 드렸다.

 

<1> 세뱃돈

새뱃돈으로 바꾸어 드릴 새돈을 준비한 이장. 예윤희 기자
세뱃돈으로 바꾸어 드릴 새 돈을 준비한 이장. 예윤희 기자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들 좋아한다. 그것도 빳빳한 새 돈으로 받으면 금상첨화이다. 지난해 이장이 되어 설을 맞아 아는 금융기관에 부탁해 새 돈을 넉넉히 구해 왔다. 그리고 방송을 하고 마을 회관에서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오셨다. 모두들 본인들이 미리 새 돈으로 구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만 구해 왔다. 1만 원 권으로 100만 원,  그리고 1천 원권 40만 원!

방송을 하고 기다리니 몇 분이 바꾸어 가신다.

 

<2> 사과 사다 드리기

약간의 상차는 있지만 가격도 싸고 먹기에는 그만인 사과.  예윤희 기자
약간의 상처는 있지만 가격도 싸고 먹기에는 그만인 사과. 예윤희 기자

 

지난해 가을에는 사과 농사가 흉작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사과도 적게 달리면서 크기도 작았다.

지난해까지는 정품으로 팔고 남은 B품은 2만~2만 5천 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B품 한 상자에(20kg)에 4만 원이나 한다. 이장이 사러 가면서 연락을 하니 몇 분이 부탁을 하신다. 어제 2상자와 오늘 4상자 모두 6상자를 사다 드렸다. 친척인 과수원 주인(백곡 조부님 아들 광해 아재)께서 제사 지내라고 깨끗한 사과 3개를 주신다.

집에서 20리 떨어진 곳이라 차가 없는 어르신들은 가기가 불편해 이장이 가면서 잠시 사다 드렸다.

 

<3> 떡국떡

떡국용 떡. 예윤희 기자
떡국용 떡. 예윤희 기자

전에는 할매들이 물에 불린 쌀을 가지고 나가 갈아서 가래떡을 만들고 그 무거운 떡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시간이 지나 떡이 굳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떡을 썰었다. 힘도 들고 손도 아프고! 세월이 지나서 지금은 모두들 방앗간에서 해놓은 떡국떡을 필요한 만큼 사서 제사도 지내고 먹기도 한다.

이장이 먼저 떡 방앗간을 몇 곳 돌아보았다. 2곳에서는 살 수 있었는데, 웬일인지 한 곳은 미리 주문하지 않은 사람은 살 수 없는 인기가 좋은 곳이었다. 설날이 가까운 지금은 새로 만들기보다 만들어 놓은 떡국떡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쌀을 담궈 떡을 만들고 며칠 굳혀 썰기를 하려면 4일은 걸리니 설 임박해서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김이 무럭무럭나는 가래떡 하나를 꿀에 찍어 먹으면 맛도 좋고 배도 불러진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난데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쓸쓸한 설날이 될 것 같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무엇을 해드려야 행복한 설날이 될 지 이장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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