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주일
K방역=이 주일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1.0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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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이 10여 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추석(10월 1일)에 이어 올 설에도 고향의 부모님, 형제자매, 자식들과 반갑게 한자리에 마주할 수가 없다.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14일까지 2주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설 연휴 당일에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직계가족도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 확진자 발생 후 1년이 되었다. 어느 누구도 코로나19 고난의 터널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

정부는 2주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발표한다. 이 주일 후 다음에는 완화되겠지? 평소보다 늦은 발표에 기대했던 사람들은 설 연휴까지 이어진다는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1년간 이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추석에는 캠페인을 벌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유튜브(YouTube)를 이용 고향방문 자제를 홍보하며 명절 풍경마저 바꿔버렸다. 이번 설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형제간 날짜를 다르게 부모님을 찾는 ‘릴레이 귀향’과 방을 두 개 예약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게 방을 오가며 상견례를 하는 ‘메뚜기 상견례’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가족의 대소사를 치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현실적으로 가족과 친인척들이 한 데 모여 세배나 차례도 지내기 어려워졌다. 설을 앞두고 인터넷 카페나 밴드 등에서는 '슬기로운 설 보내기‘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구인구직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26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400여 명 가운데 36.6%가 이번 설에 귀성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 설에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귀성 의사를 밝힌 비율25.7%보다 10.9%가 높게 나왔다.

이는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집합금지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명절 모임을 강행하겠다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볼 수있다.

이 주일마다 정부가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단계는 언제쯤 없어질까?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의 실체는 무엇인가? 2주간의 지침을 성실히 지켜주는 시민들이 희생이 아닌가? 그 희생의 대가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고향의 부모님은 사랑하는 자식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손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분들의 마음속 흐느낌은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