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0년, 야쿠르트 아줌마 정기명 씨
어느덧 30년, 야쿠르트 아줌마 정기명 씨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1.02.0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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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막내아들 4살 때 살림에 보태고자 시작
삶의 여유도 생기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 보람 느껴
오전 배달을 마치고 방풍막이 설치된 전동카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오전 배달을 마치고 방풍막이 설치된 전동카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세상은 험악하다고 해도 저에게는 100%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어린 3남매를 집에 두고 시작한 일이 내년이면 30년이 되네요.”

노란 옷, 노란 챙모자, 전동카트... 사무실, 아파트, 골목, 시장 등 우리 주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요구르트 방문판매원, 누구나 친숙하게 불렀던 ‘야쿠르트 아줌마’의 새 이름은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다.

요구르트가 든 손수레를 밀고 아파트. 주택가. 소규모 사무실 등 동네 구석구석 배달을 시작해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아름다운 미소와 밝은 이미지를 가진 건강지킴이’ 한국야쿠르트 대구 만평직영점 정기명(62·대구 서구 서대구로) 프레시 매니저.

윌, 야쿠르트 프리미엄, 멀티비타, 슈퍼100, MPRO, 하루야채... 20가지 이상의 제품을 냉장고형 전동카트 ‘코코(Cold&Cool)’에 싣고 이른 아침 고객 배달로 하루를 시작한다.

정 씨는 아파트, 사무실 등 하루 120여 곳을 방문한다. 아침에 제일 먼저 배달하는 곳은 아파트다. 인근 주택가는 재개발을 앞두고 대부분 이사로 고객이 얼마 되지 않는다. 고객이 출근하기 전 신선하고 건강한 발효유를 마실 수 있도록 이른 아침 배달은 필수다. 아파트를 배달할 때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대구 서구보건소에 어린 자녀들 예방접종을 다녀오던 중 평소 자녀들에게 배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 이일을 하면 한 달에 얼마정도 벌 수 있느냐고 하니 7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된다는 말에 금방 부자 되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그러나 첫 달엔 38만 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큰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고 그 아래 6살, 4살 어린 3남매를 집에 두고 힘들게 일을 시작했지만, 큰 딸이 하교하여 엄마 대신 어린 동생들 끼니도 챙겨주고 놀아주며 돌봐줘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초창기 심정을 되새겼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6시쯤 사무실로 출근해 전날 분리한 제품을 확인하고 전동카트를 운전하며 아파트, 주택 등 고객 배달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사무실과 시장 등 방문 고객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면 오전 일과가 끝나고, 낮 12시쯤 귀가하여 점심을 먹고, 오후 2~3시에 다시 신규 영업과 판매를 하고 오후 6시 30분에 사무실로 가 제품을 받아 다음날 고객에게 배달할 다양한 제품을 분류하여 비닐봉투에 담는다. 분류한 제품은 전동카트 ‘코코(Cold&Cool)’에 보관 후 사무실에 주차를 시키고 7시 30분 귀가하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가정에 보탬이 되고 자녀들 대학까지 보내려면 남편 혼자 벌어서 힘들다는 정 씨가 이일을 시작하기 전에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안경부업을 해보았지만 한 달 수입은 5만원 전후였다. 처음 노란 옷과 모자를 쓰고 노란 손수레에 노란 하드백을 싣고, 고객 한분씩 찾아다니며 영업을 시작했던 힘든 시기였다”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단다.

전동카트에 설치된 보냉기능을 갖춘 움직이는 냉장고 안의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전동카트에 설치된 보냉기능을 갖춘 움직이는 냉장고 안의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정 씨의 고객 대다수는 순수개척으로 인연을 맺었다. 판매 비결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먼저 프레딧(Fredit) 카다로그를 보여주며 유산균, 건강식품 등 제품을 설명하면 연락을 주는 사람이 있다. 구입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직접 제품을 마셔보도록 권유를 한다. 카다로그를 통해 컨택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분들의 소개를 받은 고객들이 제품 한 개라도 마트에서 구입하지 않고 전화로 정 씨를 찾아 직접 제품 하나라도 구입하려는 고객이 많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예전에는 우리 제품이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일부가 판매되고 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주택 1채에 보통 3~4가구가 살았지만, 요즘은 아파트 1가구에 거주하는 사람도 적어 고객개척과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 또 겨울이 제일 힘들고 비수기며, 따뜻하면 판매가 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거래가 줄어든다며 그간의 경험을 말했다.

정 씨는 “시대가 변하면 현실에 맞게 적응하도록 늘 노력한다”며 “서로에게 인사와 안부를 나눌 수 있는 많은 고객은 고마운 분들이며 가장 큰 자산으로 항상 감사함을 가슴깊이 간직한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전동카트를 운전해도 큰 추위를 느낄 줄 모르며 "그런대로 지낼만하다" "괜찮아요"라며 밝은 미소로 고객에게 건강을 전달하고 있다.

정 씨는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교육비 납입에 도움이 되었고, 지금은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일을 하면서 좋은 고객들 만나 얘기도 나누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열심히 일해 번 수입은 적금과 보험료를 납입하고 생활비, 용돈 등 노후준비도 하고 있다.

정 씨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을 텐데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 일하는 비법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 등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며 “체력과 건강이 지속되는 한 힘닿는 데까지 고객의 건강도 함께 챙겨드리는 프레시 매니저로 남고 싶다”고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가정주부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여성 판매원을 모집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 2019년 3월 한국야쿠르트 창립 50주년을 맞아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2019년 기준 프레시 매니저는 전국 약 1만1000명이다.

야쿠르트 배달 가방도 시대가 바뀌면서 진화했다. 휴대용 경량 아이스박스 같은 손가방에 야쿠르트를 넣어 다니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었으나, 많은 양의 야쿠르트를 싣고 다니기 위해 손수레/카트를 끌고 다니기도 했고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에는 자전거, 오토바이(시티백이나 스쿠터), ATV 뒤에 손수레를 매달고 배달을 했다. 2007년 사람은 탑승 할 수 없는 모터가 달린 전동 손수레가 개발되었고 2014년 바퀴가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도록 개량된 세계 최초 움직이는 ‘냉장고형 전동카트’ ‘코코(Cold&Cool)’가 개발되었다. 이 전동카트는 방향지시등, 백미러 등 도로교통법상 도로 운행에 필요한 장비로 이 카트를 운전하려면 원동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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