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선비문화길에 젖어
함양 선비문화길에 젖어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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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
바위가 하나되어
영남의 명승 안의3동 중 화림동계곡 상류에 위치한 거연정은 주변 경관이 뛰어나 2012년 국가명승 제86호로 지정 됐다. 장희자 기자

길 옆에 있는 별천지의 그윽한 곳을 누가 알리오
산은 빙 둘러 있고 물은 머무는 듯하네
선돌을 비친 못의 물은 맑고도 가득차고
창에 찾아든 푸른 기운은 걷히다가 다시 뜨네
주린 아이 죽으로 입에 풀칠하여도 화내지 않고
손님이 와서 집에 머리를 부딪쳐도 싫어하자 않네
노는 사람들 일 없다 말하지 말게나
늙어서 멋대로 속세를 떠나니 또한 풍류일세 ( 농월정,   지족당 박명부)

함양은 예로부터 좌(左) 안동, 우(右) 함양의 선비의 고장으로 화림동 계곡은 해발 1580m의 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흘러 깊은 계곡을 따라 8담(八潭), 8정(八亭)을  이루고 있다. 냇가에 기이한 바위가  담(潭), 소(沼)를  만들고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을 거쳐 농월정에 이르러서는 반석위에 흐르는 계류와 소나무가 어우러진다.

화림동계곡은 장장 60리에 이르며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보고라고 불리어지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과거보러 떠나던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전에 지나가야 했던 길목으로 벗과 함께 학문을 논하거나  한양길에 잠시 머물러 주먹밥을 먹던 곳이다. 

화림동계곡 초입에 위치한 농월정은 너럭바위 중앙으로 맑은물이 흐르며 한잔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멋스러운 뜻을 지녔다. 장희자 기자

함양군에서는 이곳에 2004년 ‘선비문화탐방로’ 조성사업을 시작하여  안의면 월림리에서 서하면 봉전리를 거쳐 서하면 다곡리 일원까지 총 6.2㎞에 총사업비 16억원을 들어서  거연정과 농월정을 잇는  테크로드 탐방로는 조성하여 2006년에 완공했다. 

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거창읍내를 거쳐  3번 국도와 26번 국도를 이용하여 농월정에 도착한다.  농월정(弄月亭)은 “한잔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지녔다. 농월정앞 계곡에는  넓은  너럭바위 중앙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농월정이 계곡과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자아낸다.

정자옆 큰바위에는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 杖구之所)’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정자는  조선중기 학자 지족당(知足堂)박명보(朴明榑)가 광해군때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에 대한 부정함을 지목하다 고향 함양으로 유배 왔을 때 지은 정자이다.

동호정은 강폭에 펼쳐진 차일암과 수변경관이 어우러져 시심을 불러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장희자 기자

농월정에서 1.5㎞ 금천변 탐방로길을 따라 걸어가면 람천정이란 정자가 나온다. 람천정(藍川亭)은 최근에 지어진 정자로 잠수교를 건너면 금천변에 자리잡고 있다. 경모정과 함께 호성마을 인근에 있다. 람천정에서 1.8㎞  상류쪽으로 걸어가면 동호정이 나타난다.  

동호정(東湖亭)은 조선조 선조때 학자 동호(東湖) 장만리(章萬里)선생이 임진왜란때  선조임금을 등에 업고 의주로 피난 하였는데 선조임금이 그 충성을 가상히 여겨 호성공신을 추증하였다. 관직에 물러난 뒤 이곳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낚시를 즐기던 곳이다. 성리학에 정통하여 사림의 추앙을 받던 충의지사로 후손들이 충성심을 길리기 위해 1890년 정자를 세우고 호를 따서 동호정이라 했다.

강폭에 펼쳐진 차일암과 수변경관이 어우러져 시심을 불러 일으켜 많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동호는 주자가 독서강학을 했던 곳이다.  동호 단어 자체가 독서를 하며 성리학을 연구하고 탐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성리학자들에겐 뜻 깊은 단어이다.

군자정에서 바라본 영귀대의 모습으로 암반위에 영귀정이 자리잡고 있다. 장희자 기자

동호정에서 2.2㎞ 걸어가면 군자정(君子亭)이 나온다 군자정은 조선조 동방오현 중 한분인 일두 정여창(鄭汝昌)이 처가인 봉전마을에 오면 올라와 쉬던 곳으로  정선전씨 화림제공파 5대손인 전세걸(全世杰)이 선생을 기리면서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1802년경에 세운 정자로 군자가 머물던 곳이라는 뜻으로 군자정이라 하였다.

하천의 자연 암반위에 세운 정자로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조선후기 정자의 건축에 대한 학술적 가지가 있는 문화재로 평가된다. 경남문화재자료 제380호로 지정됐다. 군자정에서 바라보면 하천 건너편에 영귀대(詠歸臺) 바위절벽이 바라보이는데, 이곳에 영귀정((詠歸亭) 정자가 다소곳하다.  

거연정(居然亭)은 화림재(花林齋) 전시서(全時敍) 선생이 1640년경에 지은것으로 서산서원을 지으면서 그 옆에 함께 지은 것이다. 거연정옆 언덕위에 서원의 흔적이 남아있다. 거연정은 주자가 썼던 시에 나오는 대목으로, 즉 거연(居然)이란 “자연에 거하며 나와 샘과 바위가 하나된다.”는 뜻이다.   주자가 이 거연정에 와서 쓴 시처럼 이곳의 경관에 참 잘 어울리는 시이다.

바위위에 자리잡은 군자정은 계곡물, 주위를 감싸는 나무들, 멀리보이는 산의 원경이 어우러진 산수경관이다.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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