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88) 노년 세대와 건강 공포증
[원더풀 시니어] (88) 노년 세대와 건강 공포증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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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를 맞은 요즈음 새롭게 등장한 사회학 용어로 ‘메디칼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란 말이 있다. 이는 건강공포증 또는 건강염려증과 비슷한 의미로 노년에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인 자신의 몸 상태가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으로만 생각하여 의사를 찾게 되고 스스로 환자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노화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까지도 심각한 질병으로 받아들여 병원에만 의존하게 된다.

우리 인생이 60 환갑을 전후하여 은퇴를 하게 되면 처음엔 몸 상태도 양호하고 인맥 등 이런 저런 모임도 많아서 나름대로 자기관리가 잘 되지만, 70이 넘으면 어느 정도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로 해가 갈수록 빠르게 몸 상태가 나빠진다고들 한다.

조금만 힘들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피로감을 느낀다. 기침도 자주하게 되고 어깨도 쑤시고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허리통증 등 신체 각 부분의 건강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불안한 몸 상태가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자기도 모르게 병원 의존형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런 경우 대개 노화현상과 구별이 애매하여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거나 건강보조약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오히려 건강을 그르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병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그래서 치료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어느 정도의 불편은 잘 다독거리며 생명이 다 할 때까지 함께 가야할 운명이라 생각하자.

며칠 전 KBS ‘아침마당’프로에 김형석(102세)박사가 출연했는데 단정하고 편안한 모습만으로도 노년세대들에겐 롤 모델(role model)로서 힘과 용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패널들과의 대화 내용이 대부분 저서나 강의를 통해서 소개된 것들로 장수시대의 인생구조를 3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인 0-30세까지가 부모에 의지해서 교육받는 시기로 기차를 타고 가는 것에 비유했고 나머지 30세 이후는 자기발로 걸어가는 시기로 3단계인 60이 넘어서야 비로소 인생의 열매를 맺는 시기라는 것이다. 본인은 60-80까지 20년을 가장 보람을 느끼고 살았으며 특히 65-75세까지가 인생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건강 비결로는 우선 식습관으로 영양가를 생각해서 고루 챙기되 과식하지 말 것과 간식을 권장하면서 수 십 년에 걸쳐 같은 메뉴로 고착된 아침식단을 소개했다.

그리고 한결같은 주장으로 일과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 자연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노년의 일은 돈벌이 외에도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이나 소질을 살린 취미활동 등 특히 잘 노는 것도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평생을 쓰고 있는 일기를 통해서 자기반성을 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했다. 그리고 외로움을 달래며 사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독에서 탈피하려면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친구도 수평적 친구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수직적 관계를 많이 갖자는 것이다. 끝으로 사람은 성격대로 살아간다지만 생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으며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달라지고 그래서 습관은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며 노후에 가장 소중한 것이 일과 친구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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