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 사후 처벌 강화보다 사전 예방 조치가 더 중요하다
중대 재해, 사후 처벌 강화보다 사전 예방 조치가 더 중요하다
  • 엄익주 기자
  • 승인 2021.01.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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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전경련 등 경영자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였다. 기존 산업안전보건 법령, 건설기술진흥 법령 등에 의한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사고가 줄지않자 사업주에 대해 직접적인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켜 산업재해를 줄여보고자 하는 측면에서 이 법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는 김용균 씨 사고,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로 다수의 인명이 죽거나 부상당하는 등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현장 재해 통계를 연도별로 정리해보면, 사망자 수는 2016년을 기점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그 이후에는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사고에 따른 재해는 약간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 2011년~2019년 사망재해 통계, 고용노동부.
2011~2019년 사고, 질병 통계 그래프. 고용노동부 제공
자료) 2011년~2020년9월 사망재해 통계, 고용노동부
2011~2020년 9월 사고, 질병 통계 자료. 고용노동부 제공

2020년의 경우는 연간 집계는 되지 않았으나 9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총1,571명이 사망하였다. 그중에서 사고로 인한 사망은 660명, 질병이 원인이 된 사망은 911명으로 지난 2019년 9월 말보다 사고 7명, 질병 4명으로 총 11명이 감소하여 작년에 비해 감소폭이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고 재해란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맞음, 넘어짐, 무너짐, 화재폭발 등을 말하고 질병 재해란 뇌심질환, 진폐, 유기화합물 중독, 직업성 암, 세균 바이러스, 정신질환 등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

중대재해란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로 구분하며, 중대 산업재해는 근로자가 그 업무로 인한 건설물,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의 작업으로 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일정 수 이상의 부상자, 질병자가 발생한 산업재해다.

중대 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일정 수 이상의 부상자, 질병자가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다만. 중대 시민재해의 한 범위인 공중이용시설에서 소상공인 사업장과 교육시설은 해당되지 않으며, 중대 산업재해에서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개인사업주 사업장과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나 개인사업자와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유예하였다. 이에 따리 이법은 2022년 1월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이며, 개인사업자 등 3년 유예한 사업·사업장은 2024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 산업재해

중대 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다,

제4조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제5조에서는 도급, 용역, 위탁 등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여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재해가 발생될 경우 제6조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들의 처벌과 함께 해당 법인 및 기관에게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같이 부과할 수 있도록 양벌규정을 두었다.

법 제4조 또는 제5조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하여 6개월 내지 1년 이내에 2인 내지 3인 이상의 부상, 질병 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양벌규정으로 해당 법인 및 기관에게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였고 이 같은 재해가 다시 발생할 경우 처벌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재해가 발생한 사업·사업장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여 안전보건 의식을 강화하도록 규정지었다.

중대 시민재해

중대 시민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다.

제9조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재해에 이를 경우 중대 산업재해와 같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같이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앞에서와 같이 일정 인원 이상의 부상·질병 재해가 발생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양벌규정으로 해당 법인 및 기관에게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같이 부과하도록 하였다.

 

현장 작업 근로자의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 착용 광경
현장 작업 근로자들이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모습. 엄익주 기자

한편 산업안전보건 법령에서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를 사망 등 중대재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현장 책임자) 등이 처벌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사망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되는 경우도 있어 처벌을 강화한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사고일 뿐이다.

처벌 위주의 사후적 조치는 처벌받은 사람들만 당시에 국한해 의식을 할 뿐 처벌을 받은 경험이 없는 사업주나 경영주 등은 법령 제정 당시의 긴장감도 잠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의식에서 흐릿해져 무뎌진다.

이런 연유로 처벌 등의 사후적인 조치보다는 사전 점검 등 사전예방적인 조치로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기자가 건설현장의 산업안전 지도 업무를 수행한 결과, 중·대규모 현장은 안전모 등 안전장구 구비와 착용, 안전보건시설 설치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해진 사항은 준수하는 것이 눈에 보이나 소규모 현장은 그렇지 않다.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 미착용은 물론이고 부실한 안전시설 설치로 유해·위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따라서 사전점검을 통해 사업주나 경영주에게 근로자들의 개인보호구 지급 독려는 물론이고 추락방호망 등 현장의 안전시설이 설치되도록 설득하는 노력만이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