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할배 학생들의 졸업시화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할매·할배 학생들의 졸업시화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 염해일 기자
  • 승인 2021.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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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일학교 늦깎이 학생 95명의 졸업시화전
내일학교 늦깎기 학생들의 졸업 시화전 전시를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하고 있다. 염해일 기자
내일학교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 시화전이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열리고 있다. 염해일 기자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25일부터 2월10일까지 범어아트스트리트 중앙광장에서 내일학교 늦깎이 성인학습자 95명의 졸업시화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을 맞이하여 문해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맹의 문제를 상기하고자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범어아트스트리트(범어지하도) 중앙광장에서 24시간 전시하고 있다.

 

내일학교 늦깎기 졸업생들이 졸업기념 시화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발간하였다. 염해일 기자
내일학교 늦깎이 졸업생들이 발간한 졸업기념 시화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염해일 기자

졸업시화집에는 늦깎이 학습자가 배움의 길에서 마주한 감동과 기쁨, 인생 황혼기에 새로이 배움을 시작한 용기가 고스란히 녹아든 글과 그림 95편이 실려 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의 소개, 배움의 기회 불쑥 찾아왔지요." "수십 년 꿈속에서 그리던 학교를 향하던 그 첫 날, 가슴은 콩닥콩닥 발걸음은 덩실덩실 어머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꿈을 꾼다는 말, 지금인 것 같아, 민낯으로 다녀도 내 얼굴은 천하의 미인" "차를 네 번 갈아타고 와도 배움이 즐거워서 힘든 줄 몰랐네. 학교에 들어서니 이 즐거움 누가 알리! 눈을 뜨고 보니 팔공산 우리 집이 더 높아 보이네" ...  시화집에 실린 순진무구한 글들이 읽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답답함을 손주를 돌보는 것으로 위로하는 할머니 이야기, 젊은 시절 놓쳤던 배움의 시간이 늦은 나이에 찾아온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는 70대 중학생 이야기, 낯선 영어 단어를 읽어낼 때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일흔의 딸 이야기 등 사연도 다양하고 "공부의 한을 풀기 위해 늦은 때 시작한 공부, 학교에 오니 나 닮은 친구들 많이 있네. 서로 위로하며 2년의 학교생활 때늦은 공부였지만 내 인생에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는 고백도 있다. 95명의 만학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일상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졸업시화전이다.

전시된 작품 중 남손갑(72세) 학생의 '답답했던 나의 눈' 작품이다. 염해일 기자
남손갑(72세) 학생의 작품 '답답했던 나의 눈'  염해일 기자

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저학력, 비문해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해 초·중학교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내일학교를 관내 초·중학교에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초등과정은 달성초, 성서초, 금포초에서, 중학과정은 제일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 시화집이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했던 기록의 산물로써 잊지 못할 졸업 선물이 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어르신 세대의 삶을 공감하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감성이 더해지기를 바란다”며 “2021년에도 누구나 평생교육의 기회를 누리도록 코로나19에 대응해 철저한 방역 관리 하에 안전하게 대구내일학교를 지속 운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