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박상근 마티아의 짙은 우정과 믿음, 문경 마원 성지
[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박상근 마티아의 짙은 우정과 믿음, 문경 마원 성지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1.0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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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 성지.  이성호 작가

 

경북 문경시 문경읍 마원리, 문경새재 관문 근처에 있는 마원 성지에는 박상근 마티아의 묘가 있다.

마원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칼래(N. Calais, 姜) 신부와 박상근 마티아의 우정상’이다.

 

부활 예수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칼래 신부와 순교복자 박상근 마티아의 믿음과 우정을 표현한 동상이다. 후에 프랑스로 돌아간 칼래 신부는 그곳에서 자신을 떠나보내야 했던 박상근 마티아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반가이 만난 두 사람이 묵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리라.
부활 예수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칼래 신부와 순교복자 박상근 마티아의 믿음과 우정을 표현한 동상이다. 후에 프랑스로 돌아간 칼래 신부는 그곳에서 자신을 떠나보내야 했던 박상근 마티아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반가이 만난 두 사람이 묵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리라. 이성호 작가

 

마원은 한실, 문경, 여우목, 건학 등과 함께 이 지역의 유서 깊은 교우촌이다. 이곳에는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충청도에서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모여 들면서 교우촌을 이루었다.

 

박상근 마티아 상.  이성호 작가
박상근 마티아 상.    이성호 작가

 

박상근 마티아는 문경에서 아전(하급 관리)을 지냈다.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여 믿음을 지키며, 관청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신자들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면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주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달려가 대세를 주고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박 마티아는 좁쌀을 사기 위해 한실(문경시 마성면 성내리)에 갔다가 칼래 신부를 만났다. 그는 관아가 가까운 곳이 오히려 안전하리라는 생각에 자신의 집으로 칼래 신부를 모셔와 숨겨 주었다. 하지만 칼래 신부가 박 마티아의 당부를 잊고 담배를 피우느라 잠시 문을 잠그지 않은 사이, 한 주민이 신부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박 마티아는 칼래 신부와 함께 새로운 은신처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새들도 쉬어간다는 험난한 문경새재, 캄캄한 밤을 틈타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급히 산을 오르던 두 사람은 지치고 말았다. 한실 교우촌을 앞두고, 박 마티아의 고단함을 눈치챈 칼래 신부는 그에게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칼래 신부상.  이성호 작가
칼래 신부 상.    이성호 작가

 

“제가 신부님 곁을 떠나다니요. 혹시 한실이 습격을 당했다면 신부님께서는 어디로 가시렵니까? 은신하실 곳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신부님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신부님께서 이 험한 곳에서 돌아가신다면, 저도 기꺼이 따라서 죽겠습니다.”

칼래 신부를 따르겠다고 우기는 박 마티아를 칼래 신부는 신부의 명으로 돌아가라 강권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리라 이야기하며. 눈물을 쏟으며 집으로 돌아온 박 마티아는 얼마 뒤, 숙모 홍 마리아와 친척 박 막달레나와 함께 체포되어 상주로 끌려갔다. 그리고 1867년 1월(음력 1866년 12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벗이라 하며, 서로 사랑하라 이야기했다. 이성호 작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벗이라 부르며, 서로 사랑하라 했다. 이성호 작가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벗이라 불렀다. 벗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끼고 존경하며 따뜻한 마음이 오간다. 또한 그 우정은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을 만큼 진하고 강렬하다.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작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0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현대사진연구회 회장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slow city 함창창작소-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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