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끝난다면-그곳에 가고 싶다-2. 메이리쉐산(梅里雪山)
코로나가 끝난다면-그곳에 가고 싶다-2. 메이리쉐산(梅里雪山)
  • 이동백 기자
  • 승인 2021.0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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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무렵, 더친에서 바라본 메이리쉐산. 이동백 기자

 

이태 전에 마방들의 삶이 굳은살처럼 말라붙은, 차마고도의 땅 윈난의 리장고성, 위룽쉐산, 호도협의 중도객잔, 샹글릴라를 여행하며 이국의 풍정에 흠뻑 젖은 일이 있었다. 특히 그 여행에서 인상적으로 남은 곳이 메이리쉐산이었다. 그 설산에서 느꼈던 감흥이 지금도 고스란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

메이리쉐산으로의 여행은 쿤밍에서 리장을 거친 후에 닿은 샹글릴라에서 시작되었다. 험준한 산악을 뚫고, 쿤밍에서 라싸로 들어가는 전장공로를 따라 160여 km을 달려 목적지인 더친에 닿았다. 히말라야산맥의 한 자락인 해발 6,740m 메이리쉐산은 인간의 범접을 허락하지 않는 티베트 불교의 성산이어서 더친에서 바라보게 되어 있다.

카와거푸봉을 비롯하여 다섯 봉우리를 거느린 메이리쉐산이 직선거리로 10km 전방에 장엄하게 펼쳐졌다. 만년설을 하얗게 뒤집어쓴 설산의 봉우리 허리춤에는 구름의 띠가 드리웠는데, 그 광경이 그저 기가 막혀서 사람의 눈에는 분명 인간의 세상이 아니게 보였다. 이 장엄한 설산 앞에서 영감처럼 스치고 지나간 것은 육십 년을 살아오면서 지녀온 인생관이 바뀌리라는 예감이었다.

몇 해 전 가을, 도교의 성지로 알려진 칭다오의 라오산을 오르면서 사람[人]이 산[山]에 기대어 서니, 사람은 이미 선[仙]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착각에 빠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메이리쉐산은 사람으로서는 다가갈 수 없는 아득한 영역이어서, 이 설산 앞에서 사람은 결국 인간[人]일 따름이고, 산은 오로지 신[神]일 뿐이었다. 이것은, 메이리쉐산이 은밀히 깨달음을 준 무정설법이었다.

잠깐 나타났다가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메이리쉐산의 일출 광경. 이동백 기자
잠깐 나타났다가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메이리쉐산의 일출 광경. 이동백 기자

 

차가 주춤거리는 바람에 메이리쉐산의 일몰을 보지 못했으나, 설산의 봉우리들을 온전하게 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날이 저물면서 검은색을 띠기 시작한 설산은 하늘을 배경으로 도드라져서 마치 지구의 이빨처럼 보였다.

해발 고도 3천4백m가 준 고산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나서 다시 메이리쉐산 앞에 섰다. 오전 7시 52분, 메이리쉐산에 부딪힌 일출의 빛이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빛은 그 설산의 일부를 벌겋게 달구기도 하고, 구름에 묻히기도 하였다. 또 어떤 빛은 만년설이 걷힌 검은 암산에 깔려 들었는데, 그것은 마치 용광로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쇳물처럼 이글거렸다. 불이 확 붙을 것만 같은 기세는 구름에 의해 찰나에 꺾이고 말았다. 아쉬웠다. 그러나 적나라하게 드러냄보다 여미어 들이는 숨김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는 법이다. 아름다운 것은 변죽만 울려줌으로써 농밀한 교태를 은밀하게 보여주니까 말이다. 그래서 적나라해지려는 순간에 구름을 빌려 자신의 나신을 감추어버린 메이리쉐산이 주는 감동은 깊고, 그 감동의 여운은 가슴에 오래 머물렀다.

여행길 위로 나그네의 인생이 흘러가고, 나그네의 마음 또한 거기에 스며 설레인다. 메이리쉐산 가는 길에서나 메이리쉐산을 바라보면서 이런 상념에 빠져든 것이 어제 일인 듯하다. 그렇다. 메이리쉐산,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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