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볼 삼매경에 빠진 노인들
게이트볼 삼매경에 빠진 노인들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1.01.2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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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골프에 밀린 게이트볼
팀원끼리 협력을 통한 득점
다리 아래에 조성된 경기장
강창교 다리 아래에서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노인들. 최종식 기자
강창교 다리 아래에서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노인들. 최종식 기자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이 다소 완화됨에 따라 그 동안 금지되었던 각종 스포츠 활동이 기지개를 켰다. 주말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강창교 아래에는 여덟 명의 70~80대 남녀 노인들이 게이트볼 삼매에 빠져있었다.

게이트볼은 스틱으로 공을 쳐 게이트를 통과시키는 경기로, 70년대 골프와 당구의 기법을 응용하여 일본에서 개발하였다고 한다. 가로 20m, 세로 15m의 경기장에 3개의 게이트(gate)와 1개의 골폴(goal pole)을 설치한 후 2팀으로 나누어서 경기를 진행한다. 팀별로 빨간색과 하얀색 공으로 나누며 게이트 1개를 통과할 때마다 1점씩 주어지며, 3개의 게이트를 통과한 공이 골폴에 맞으면 2점을 얻는다. 경기 시간은 30분 간이며, 정해진 시간 안에 팀 전체 점수가 먼저 정해진 점수를 획득하는 팀이 이긴다. 따라서 '팀워크(teamwork)'가 중요하다.

동호인회장을 맡고 있는 윤도현(88) 씨를 만나 보았다.

-연세가 올해로 미수(米壽)이신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젊음을 유지하고 계시는데, 젊음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식사 잘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건강의 비결이지요.

소탈하게 웃으시는 그의 모습에서 시골 할아버지의 구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요즘은 노인들이 대부분 파크 골프를 즐기는데 게이트볼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며, 무엇보다 이 경기는 경기 규칙이 쉽고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없어 즐기고 있습니다.

다른 한 여성 회원은 "파크 골프는 자신도 치고 있지만 개인 경기인 대신 게이트볼은 팀원들이 협력하는 단체경기로 파크 골프보다 팀워크가 요구되어 훨씬 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원래 게이트볼은 잔디밭에서 하는 경기인데 달성군에서는 잔디 대신 다리 아래에 황토로 다져 조성하였다. 다리 아래 쓸모없는 빈 터를 이용하고 있어 지저분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 깨끗한 경기장으로 탈바꿈하여 공간 활용의 우수한 예를 보는 것 같았다.

현재 달성군에는 전체 8군데 쯤 게이트볼 경기장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매년 수해를 당할 때마다 경기장이 유실되어 안타까운데, 많은 예산을 들여 복구하여 자신들의 건강을 위하여 애쓰는 달성군에 감사한다는 말씀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혹시나 이 기사로 인해 우리가 ‘코로나 19 거리 두기’ 정부 시책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비쳐져 경기를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됩니다.

구순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골 노인의 참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파크골프도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라고 권유하였다.

구순을 바라보는 윤도현 회장. 최종식 기자
구순을 바라보는 윤도현 회장. 최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