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87) 죽여주는 여자
[원더풀 시니어] (87) 죽여주는 여자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1.25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들 대상 성 매매 현장인 종로의 공원에서 죽여주게 잘해주는 여자로 입소문이 나 있는 초로(初老)의 박카스 할머니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근간에 안 보이는 넉넉한 인정의 단골손님인 깔끔한 노신사 송 노인의 안부를 묻는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자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찾아간다. 마침 그날은 송 노인의 아들 가족들이 미국에서 와 있었다.

며느리는 1년쯤 뒤에 올 테니 잘 있으란 말을 남기고 아들은 두 손자에게 작별 인사를 강요하는데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가기 싫다는 손자들을 나무라던 중, 박카스 할머니가 나타난다. 여자 친구란 말을 듣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면서 떠난다. 박카스 할머니는 송 노인의 눈물을 흘리며 도와달라는 애절한 부탁에 농약을 구해 와서 먹여주고 자리를 뜬다.

한편 남자친구와 함께 치매환자로 다락방에서 홀로 술 담배만 찾는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친구를 찾아가서 만나는 장면도 있다. 셋은 말없이 산으로 올라 절벽에서 친구를 보내 준다. 그리고는 내려와서 술로 마음을 달랜 다음 둘이서 호텔로 들어간다. 혼자 가기 너무 외로우니 옆에 있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남자친구 옆에서 깨어 보니 친구는 죽어있다.

호텔을 빠져나온 박카스 할머니는 가방 속에서 고액권 돈 뭉치와 함께 귀금속이 들어있는 봉투를 발견하고 곧바로 절을 찾는다. 지폐 몇 장만 집어낸 다음 봉투 통째로 불전함에 넣고 곧바로 경찰서로 향한다. 결국 밥 주고 잠자리 주는 감옥에서 얼마 뒤 자신도 죽어서 형무소를 나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 ⌜죽여주는 여자⌟란 윤여정, 전무송 주연의 2016년10월에 개봉된 영화에서 노인관련 부분만 간추려 보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건강, 고독, 빈곤, 소외, 성문제등 각종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 일부 노인들의 현실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

물론 이 영화가 도덕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삶의 현장으로, OECD국가 중 노인이 가장 가난하고 자살 1위국으로 하루 평균 12명 이상이 자살한다는 우리 나라 현실에서 뭔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늘날 상당수의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서 오직 유일한 탈출구인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10여년을 치매 아내의 병간호에 지친 노인이 아내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는 기사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제 경제문제는 행복한 노인을 위한 전제 조건일 뿐이다. 노년이 사회로부터 천덕꾸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는 가족구조의 변화로 핵가족화 되면서 공동체 정신이 무너지고 홀로서기가 요망되는 개인주의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대책 없이 늙어버린 노년이 사회의 짐 덩어리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멋지게 인생을 마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새롭게 등장하는 현실이다.

솔직히 한 인생의 1/4밖에 안 되는 성장과정을 제외한 대부분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보편적 노화과정이다. 육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 노화는 막아야한다. 노년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성공과 행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의 기회다.

홀로 서기를 하면서 자아 완성을 위해 걸어가는 인생의 완숙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자. 이것이 노년의 행복이요 인생의 성공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