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의 손편지
대통령들의 손편지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01.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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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해석하고 읽어낼 수 있게 표현했다면 최고의 편지
트럼프 대통령이 '19밤에 썼다'고 전했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격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편지는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다. 솔직하게 표현할 수도, 달콤한 미사여구로 포장할 수도, 극히 사무적으로 쓸 수도 있다. 어떻게 쓰고 또 어떻게 표현하듯 그것은 편지지를 메워가는 사람이 갖는 마음의 자유다. 그렇다고 글로만 쓰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편지는 백지든, 점을 찍든, 선을 긋든 상대방의 마음을 해석하고 읽어낼 수 있게 표현했다면 최고의 편지인 것이다.

글을 모르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딸이 혼기가 차서 시집을 갔고 사무친 그리움을 담아 어머니께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글을 모르는 어머니를 위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과 훨훨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데 어머니는 딸이 보낸 그림편지를 부둥켜안고 운다. 영문을 모르는 마을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 딸이 엄마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고향에 갈 새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이 어미에게 편지를 보냈네요!”고 말한다.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도럴드 트럼프의 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는 미국에서는 취임하는 대통령을 위해 전임 대통령이 떠나기 전 손편지를 남기는 것이 관례가 된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는 조 바이든을 백악관 백악관에 초청하지도 않고 취임식에 불참하는 등 특별한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에 관례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남겼다.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입성 후 집무실 오벌 오피스(결단의 책상)위에 놓인 편지를 발견하고선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매우 관대한(generous)편지였다”며 “사적인 편지라 그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의 한 측근은 CNN에 “나라에 성공을 기원하고 새 정부가 나라를 잘 보필할 것을 염원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19밤에 썼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2017년 백악관을 떠나며 트럼프에게 "대통령은 그저 백악관에 잠시 머물 뿐"이며 "민주주의의 도구를 지키는 게 우리의 책무"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또한 2009년 W부시(아들 부시)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판받고 힘든 순간이 있겠지만 용기를 잃거나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 당신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받고 울컥했다고 한다.

한편 트럼프가 조 바이든의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는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152만의 일이다. 이는 에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17대 존슨 대통령은 후임인 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고, 1869년 그의 취임식에 끝내 참석하지 않은 이후 처음인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떠날 때 후임자에게 손편지를 남기는 전통은 1989년 고(故)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시작 되었다. 그는 후임인 HW부시(아버지 부시)전 대통령이 1993년 자신의 재선을 저지한 빌 클린턴에게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다. 당신을 열렬히 응원한다”는 편지를 남겼다. 이러한 관례는 소속 정당을 떠나 첨예하게 대립하며 치렀던 선거 전에서 쌓였던 앙금을 풀어내는 아름다운 장면의 연출이다.

당초 선거 불복을 강력하게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특이한 행보를 보인 만큼 손편지를 남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손편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미국 주요 매체들은 관례의 전통을 지켰다고 전했다.

2022년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계산 상으로 아직은 1년도 더 남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을 들먹이며 당리당략을 위해 상대방을 헐뜯기 각 정당들은 여념이 없다. 이겨야만 하는 선거전에서 첨예한 대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늘 승자와 패자는 있는 법이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격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나아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들이 릴레이처럼 보여주는 손편지의 관례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