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면 뽑는 사진작가 김세현 씨
수타면 뽑는 사진작가 김세현 씨
  • 김재도 기자
  • 승인 2021.01.2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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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때 카메라를 잡기 시작,
중식당에서 일하면서 작품 활동
식당과 '갤러리 노들경변' 겸영
김세현작가가 초망원렌즈로 촬영모드를 취하고있다
김세현 작가가 초망원렌즈로 촬영 모드를 취하고 있다. 김세현 작가 제공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세현(64) 씨는 6세 때 급성 내막염으로 청력을 상실했다. 어린 시절 유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가정형편상 배움의 길을 접었다. 중학교 중퇴 후 15세에 시멘트제품공장에 들어가 일을 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처음 번 돈으로 카메라를 샀다. 그후 첫 직장에서 언어 소통이 어려워 19세 때 서울의 중국식당으로 직장을 옮겼다. 직장생활하면서 인물 풍경사진을 촬영하면서 사진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열일곱 나이에 카메라를 잡은 것이 청·장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계속하고 있다.

요리사의 길을 걸으면서 부인 박옥자 씨를 만나 결혼하였다. 27세 때인 1983년 귀향한 후 부모님 집에 수타면 중국식당을 차려 정착하면서 사진활동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식당 한 켠에다 흑백사진의 현상과 인화를 할 수 있는 암실과 각종 장비를 갖추고 직접 작업해서 전국공모전에 출품하여 상도 많이 탔다.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아내의 내조가 컸다. “집사람과 함께 출사 가는 날은 심심치 않고 아내가 어깨 너머로 본 솜씨가 있어 주제에 대해 제가 못본 것도 볼줄 아니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전 필카시절 대형흑백사진 인화작업을 할 때도 밤잠 설쳐가며 도와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부인도 한국사진작가회 정회원이 되어 부부가 함께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본인작품 앞에서 김세현작가와 부인박옥자씨
본인 작품 앞에서 부인 박옥자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도 기자

생업과 병행하다 보니 항상 시간적인 아쉬움이 많았지만 오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촬영을 다녔다. 촬영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가게에 늦게 도착한 적도 있었지만 손님들은 묵묵히 그를 기다려 주었다.

제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내조해 준 집사람 도움이 컸지만 변함없이 찾아주신 손님들 덕분입니다. 그래서 잊지 않고 찾아주신 손님들께 식사도 하고 사진도 감상하고 차도 마시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갤러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는 작년 5월 식당을 리모델링하여 사진갤러리인 '노들강변'을 개설한 후 '한국의 미'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 문화유산, 각종 축제 풍습과 생활상을 전시했다노들강변은 아버지께서 물러 주신 땅 바로 뒤로 흐르는 작은 강의 둑길을 생각하여 지은 이름이다.

지난 112일부터는 '야생은 살아있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전시를 하고 있다. 8년 동안 전국의 산, 들과 강을 누비며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촬영한 걸작 63점을 자신의 수타면 중국식당 한 켠에 마련한 '갤러리 노들강변'에서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은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물수리의 박진감 넘치는 숭어 사냥과 그 외 새들의 삶의 현장을 담은 것이다. 더위, 추위, 모기와의 싸움을 겪으며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림의 인내를 겪기도 한 작품들이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여 살아가는 물수리가 30~50m 상공에서 먹잇감을 포착, 날개를 꺾어 시속 130km로 내리꽂아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숭어를 낚아채는 모습은 박진감이 넘친다.

"초망원렌즈로 물수리를 따라가며 1초 내로 승부를 걸어야 할 만큼 쉬운 듯하면서도 쉽지 않고,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기에 작품 확동에 더욱 이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새들은 사람과 살아가는 방식이 흡사하지만, 인간이 새들에게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 같아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인물, 자연풍경, 다큐, 스포츠 등 여러분야로 앵글을 맞추지만 요즘 그가 조류사진에 집중하는 것은 개발도 좋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새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김 작가의 삶터.  김재도 기자

 

김 작가는 경북 의성사우회 지도위원으로 후진 양성에도 열정을 쏟았다. 그는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 경상북도사진대전 초대작가, 영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전국흑백사진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약해 왔으며, 경상북도 전국흑백사진대전 초대작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전국공모전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김 작가의 갤러리 노들강변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장터길35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