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명절도 없어요"... 연중 무휴 비상대기 '승강기 유지보수업'
[직업의 세계] "명절도 없어요"... 연중 무휴 비상대기 '승강기 유지보수업'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1.01.15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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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하루 24시간 출동 대기,
갇힘사고 긴급구조 받은 주민이
정신적 피해 보상 요구 땐 멘붕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승강기

언젠가부터 높은 건물이 생기고 고층 아파트가 증가함에 따라 승강기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단 몇 분이라도 승강기가 정지되면 생활이 온통 마비될 정도다.

승강기는 5층 이상 건물에는 필수적으로 설치토록 정부에서 법으로 정해 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이하도 건물주의 희망에 따라 설치하고 있다.

승강기 유지보수업이란?

승강기는 수십 층까지 단시간에 쉽게 상하로 이동하지만 불시에 고장이 날 수도 있다.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되어야 할 승강기가 ‘수리중’일 때는 난감하다. 승강기 고장은 그 어떤 기기보다도 빈번하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고장이 나면 최대한 빨리 고쳐야 한다. 승강기 수리를 위해 1년 365일 연중무휴 대기해야 하는 고달픈 직업이 있다. 바로 '승강기 유지보수업'이다.

승강기의 성능을 유지하고 고장이 났을 경우 신속하게 수리를 하여 승강기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유지업체가 해야할 일이다. 또한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월 1회 정기점검도 한다. 정기점검 결과는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입력하여 기록을 남기고 있어 누구든지 승강기 고유번호만 알면 사이트에 들어가서 승강기 점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승강기는 민감한 컴퓨터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수리하고 있다. 최종식 기자
승강기는 민감한 컴퓨터라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고장나기 쉽다. {주)대아에레베이터 기사가 아파트 35층에서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다.  최종식 기자

승강기는 정밀한 컴퓨터…조심해서 다뤄야

승강기의 구조는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에는 사람이 타는 카(car)와 카가 오르내리는 길인 승강로가 해당된다. 소프트웨어는 카가 상하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다.

“승강기는 매우 민감한 컴퓨터로 운용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방해물만 있어도 즉각 정지될 수 있습니다.” 김덕건(58)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주) 대구북부사무소장은 1997년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주)대아에레베이터’를 설립,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승강로에 빗물이 들어가거나 조그만 이물질이 끼어도 승강기가 멈출 수 있습니다. 실수로 이삿짐 등 무거운 물건이 충돌해도 정지가 됩니다. 여름철 장마에 습기가 차거나 겨울철 한파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승강기가 이처럼 예민하고 정밀한 기계인 만큼 사용자들이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승강기를 가진 건물주의 주의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최초로 승강기를 설치하거나 인수한 경우 관리교육은 필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사이트에 접속하여 온라인 교육을 신청하면 된다. 둘째,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승강기민원24 사이트에서 신청하거나 각 지역별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지사에 문의하면 된다.

셋째, 유지관리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일반계약과 종합계약이 있는데 종합은 일반에 비하여 보수료가 비싼 대신 부품 교체시 무상으로 제공하며 정기검사료도 대신 지급해준다.

넷째, 승강기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다섯째, 1년에 한번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데 검사비가 10만원 정도다. 그리고 비상통화장치(이동전화)에 가입해야 한다.

승강기 유지보수업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상대기해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최종식 기자
승강기 유지보수업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상대기해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최종식 기자

갇힘사고 긴급출동... 긴장된 나날

정밀한 부품들과 구조로 이루어진 승강기이지만 안전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갇힘사고는 정부에서 중대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승강기는 구조상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갑자기 정지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최대한 빠른 출동으로 승객을 구출해야 하는 것이 승강기 유지보수업 종사자의 일이다. 사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유지업체 직원들은 24시간 비상 대기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런 사고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기상 변화나 명절의 경우 상황에 따라 동시 다발로 사고가 다수 발생할 때가 많다. 이때는 가장 시급한 곳부터 완급을 가려 출동한다. 그러니 갇히더라도 안심하고 기다려주는 게 구조요원을 돕는 일이다.

“몇 분 간의 짧은 시간이라도 갇힐 경우, 참지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승강기 문을 억지로 열다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고장이 나서 갇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카 안에 비치된 비상전화로 연락한 후 편안한 자세로 기다려주기를 당부했다.

“힘들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하렵니다”

1년 365일 어느 한 순간도 쉴 틈없이 고장에 대비하여 비상대기 체제로 임하고 있지만 일부 이용자들과 건물주의 태도는 의외로 냉정하다. 서로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해하고 도와주면 좋겠는데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김 대표의 뇌리에 몇 해 전에 겪었던 잊을 수 없는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다급한 갇힘사고 구조 요청을 받고 승강기 유지보수 기사가 신호위반을 하면서까지 현장으로 달려갔다. 혼신의 힘으로 구조작업을 펼친 결과 승강기에 갇힌 주민을 5분도 채 되지 않아 무사히 구출했다. 그러나 가슴이 뿌듯해야 할 기사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구조된 사람의 입에서 감사의 말 대신 분노 섞인 언사가 틔어나온 것이다.

정신치료가 필요하니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고된 기기 수리보다 더 힘든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구조된 주민은 합의금조로 현금 100만원을 요구했다. 승강기안전공단에도 사고발생 신고를 하고 보험금도 청구해 주고.... 부수적인 일들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며칠 후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딱지까지 날아왔다. 결국 보수료보다 몇 십 배 더한 손해를 보았다.

건물주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노후되어 교체해 주고 비용을 청구하면 정가보다 더 할인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규모업체가 난립하다보니 입찰경쟁 시 보수료를 일반적인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치고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힘이 든다.

우리의 편리함 뒤에는 숨어서 힘들게 일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은 1년 365일, 24시간 비상대기하며 코로나19에도 아랑곳 없이 오늘도 정기점검과 고장 수리에 나서고 있다.

"힘들지만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합니다"라고 말하는 (주)대아에레베이터 김덕건 대표. 최종식 기자
"힘들지만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합니다"라고 말하는 (주)대아에레베이터 김덕건 대표. 최종식 기자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하고 어차피 이 일에 발을 디뎠으니, 힘들지만 승강기 사용자들의 편의 제공에 긍지를 느끼며 최선을 다해야죠.”

김 대표는 대구보건대학에서 방사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몇 년 간은 영천과 상주에서 병원 일을 했다. 결혼 후 영남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여 처가 댁 가족들이 하고 있던 승강기업에 뛰어들었다. 승강기업은 병원 일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고.

그의 얼굴에서 남이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사명자의 모습이 비쳐졌다. 더 이상의 바람이 없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고하는 우리 기사들에게 따뜻한 말로 응대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