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톺아보기] 김규학의 ‘폐교’
[문학 톺아보기] 김규학의 ‘폐교’
  • 김채영 기자
  • 승인 2021.02.17 08: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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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권정생동화나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 문학관

 

김규학의 ‘폐교’

 

한때, 천 명도 넘던 전교생들 사라지고

그 많던 선생님들 뿔뿔이 흩어지고

궂은일

도맡아 하던

순이 아버지도 가버렸다.

 

모두 다 떠나버려 적막하고 스산한데

집 나간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심정으로

검버섯

창궐한 학교만

그 자리에 붙박여 있다.

 

나팔꽃이 휘청대며 국기 봉을 부여잡고

그늘만 넓혀가던 플라타너스 나무도

밤사이

떠나버릴까

까치둥지가 짓누른다.

 

좀이 쑤신 학교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하루빨리 이 산골을 벗어나고 싶겠지만

날마다

담쟁이덩굴이

친친 주저앉힌다.

 

202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꽃집 앞을 지나는데 노란 프리지아가 시선을 당겼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올해 대구·경북 대학들의 정시모집 경쟁률이 정원미달을 걱정할 정도로 하락해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초등학교의 입학생 없는 나 홀로 졸업식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학령인구 감소가 주원인이라는데 이런 문제가 산간오지의 상황만은 아닌 세월이어서 더 걱정이다. 근본적인 것은 젊은이들 의식변화다. 가임기 여성들의 결혼 기피현상과 맞물린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혼인을 한 커플 중에서 1/5이 ‘딩크족’이라 한다. 딩크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맞벌이로 아이는 갖지 않는 가족 형태를 뜻하는 말이다.

김규학의 ‘폐교’는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피상적인 이미지 관찰에 그치지 않고 서정성과 서사 영역까지 아우른다. 전교생들, 선생님들, 순이 아버지마저 떠나버린 학교는 몰락의 상징으로 남았다. ‘집 나간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심정’과 ‘검버섯 창궐한 학교’를 나란히 놓음으로써 ‘폐교’라는 대상과 ‘어머니’가 동일화를 이룬다. 이러한 창작기법이 폐교의 스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나팔꽃이 휘청대며 국기봉을 부여잡’은 장면 묘사는 눈으로 보는 듯이 감각적이다. ‘담쟁이덩굴이/친친 주저앉힌’ 덕분이랄까. 간혹 폐교가 쓸모를 바꿔서 화려하게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용도를 변경한다고 그 옛날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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