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보이스피싱, 바로 내 앞에 있다.
조심! 보이스피싱, 바로 내 앞에 있다.
  • 정은택 기자
  • 승인 2021.01.15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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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픽사베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이스피싱으로 몇백만 원 피해를 봤다니, 몇천만 원을 송금했다니 하는 얘길 들었어도 그저 남의 일이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렇게 뻔한 수법에 속아넘어가다니 피해자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보이스피싱,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이스피싱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기자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보이스피싱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피해자가 되는지 살펴보고 경각심을 새로이 하도록 하자.

보이스피싱, 무섭다 무섭다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계획하고 나쁜 짓 하는 사람에게는 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상황이 되니 넘어가는 일이 보이스피싱이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보면 절대 안 속을 문자였지만 기막힌 타이밍으로 인해 보이스피싱 당했다. 많이 알려 피해를 막았으면 좋겠다. 가슴 떨렸고, 지나고 나니 참 어리석었다는 것이 보인다.

2020년 11월 16일 오전 10시 작은아들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공익근무하러 처음 가는 날, 가족상황 적는 게 있어 나를 찾았는데, 바로 해결을 했다는 톡이 왔다.

사진①

그 이후 1시간 30분 후쯤 모르는 전화번호(010-2796-5433)로 이런 문자가 왔다. “엄마 나 휴대폰 액정 나가서 수리센터에 맡기고 인터넷으로 문자하는 거야. 임시번호로 카톡 신청한 거야. 카톡 ko1818추가하고 톡 보내줘. 안 되면 연락처 010-2698-8568 검색하고 추가해봐~~”(사진①)

임시폰이라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아서 번호 저장해서 톡으로 했다. 왜 의심을 못 했을까. 어쨌든 아들에게 통화를 하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전화 안 된다는 말 듣고 확인 못한 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010-2796-5433. 휴~, 한숨 나오는 번호다.

사진②

​아들(?)이 "엄마 바쁘지 않으면 부탁 하나만 해도 돼?"라고 말을 걸더니, "온라인 문상(문화상품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폰 인증이 안 되니깐 구매가 힘드네. 엄마 명의로 잠깐 회원가입해서 구매하면 안 될까"하는 거다.

사진③
사진③
사진④
사진④

 

그러라고 했더니 "주민등록증이랑 신용카드 앞뒷면 잘 보이게 찍어서 보내줘"한다. 주민등록증을 꺼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더니, 신용카드를 찍어보내란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라고 하니 계좌번호랑 비번 보내라는 것이었다.(사진②③④)

이때까지도 ​조금도 의심을 못했다. 그날따라 엄청 바빠서 계좌번호 찍는 도중에 전화가 들어와 통화하느라고 깜빡 잊고 계좌번호를 보내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친정에 다녀왔고, 아침에 아들을 보니 폰을 들고 있었다. "너 폰 고쳤니?" 하고 물었더니, "엄마 뭔 소리야. 나 폰 고장난 일이 없는데" 하는 게 아닌가.

헐~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한참을 뻥 떠서 있다가 "이런 문자가 왔더라" 하고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음날 아침 도착한 문자메시지였다.

사진⑤

 

"[국제발신] 정은택[카카오페이] USD 426.23$ 결제 완료. 본인 아닐 시 문의 한국소비자원. 문의: 02-389-7130"(사진⑤)

그때까지만 해도 아들이 전날 결제한 내용으로만 알았다. 아들이 깜짝 놀라며, "엄마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전화 먼저 해봐" 하기에 그래 알았어 하고 전화를 했다. 문자메시지에 나오는 한국소비자원 02-389-7130 연락처였다.

전화를 받은 소비자원 담당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QS'를 검색하라 하기에 어플을 찾아 설치하였다. 내 폰을 공유하면서 필요없는 어플 등을 친절하게 지워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안내도 잊지 않았다. "이메일은 로그아웃 항상 해야 안전하고 블루투스 같은 것도 쓸 때만 켜놓는 것이 안전하다" 등등.

그러면서 조금 후에 금융감독원 1322에서 전화가 올 거니 꼭 받아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지, 아침에 소액결제가 된 것이 어디서 된 것인 물어보라고 얘기를 하고 끊었다. 5분 정도 후 '금융감독원 1322'가 폰에 뜨면서 전화가 왔다.

자신을 김진규라 소개한 후 "주로 어느 은행을 거래하느냐" "혹시 적금이나 현금 들어 있는 겄 있느냐" 등을 물었다. 그리곤 "6개월 전 국민은행 서울 양제동 지점에 계좌 개설 내역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적 없다고 얘기하자 알아보고 5분 후에 전화한다고는 끊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폰이 꺼지면서 '~지워집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며 전원이 꺼지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아하~ 당했구나~. 똑같은 놈들이었구나!'

한숨이 푹 나왔다. "바보, 바보, 나쁜 것들. 자기네 정보 삭제하려고 휴대폰을 초기화시키고 나간 거였구나."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서 사이버팀으로 갔다. 위의 내용들을 프린트해서 들고 가니, 나와 같은 사건으로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신분증을 보냈기에 면허증 재발급,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3개 통신사에 폰 개설 여부를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엠세이퍼(명의도용방지 서비스) 들어가서 폰 개설을 했는지 알아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피해 금액만 가지고 경찰서로 오라고 한다. "그것밖에 도와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허탈한 마음으로 면허증 재발급 신청, 주민등록증 분실신고를 하고 초기화된 폰 복구하느라 하루 종일 진이 다 빠졌다.

단 이틀 만에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다. 누구든 이런 수법에 걸려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확인 또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