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새해엔 이랬으면-30대 류지희 씨
[신년기획] 새해엔 이랬으면-30대 류지희 씨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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備跳進世(비도진세), 모두의 소망 2021년으로!

2020년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그 어느 때의 해보다도 빠르게 현란한 무늬를 남기며, 그러면서도 아주 조용히 저물고 있는 듯하다. 얼마 남지 않은 해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해를 향한 간절함이 이토록 컸던 때가 또 있었을까 싶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졌는지도 잘 모를 만큼 한산한 연말 풍경이었다. 지인들에게 ‘메리크리스마스’메시지를 건내며 연말 안부를 전하는 것마저도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초에 시작되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거뜬히 경자년을 잠식해버리고도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177만 명을 육박하는데, 하루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 세계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난을 맞닥뜨려야 했던 이공이공년. 필자에게도 올 한 해는 마치 서른의 관문을 통과하는 의례라도 되는 듯 스펙터클한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했고, 때로는 여유를 가지고 쉬어가기도 하면서, 보다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초, 돌연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모습을 잠시간 변화시키는가 싶더니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데려와 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거닐던 지역들도 한동안 유령도시가 돼 그저 몸을 움츠려야만 했던 힘든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시대의 흐름을 앞서 읽어내고 발 빠르게 표현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만큼 세상의 변화들도 온몸으로 느끼며 빠르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9년 11월, 필자는 본인 브랜드의 디자인사업을 론칭했다. 이십대 초반부터 디자인 회사에서 쌓은 경력과 여러가지 대내외적 프로젝트를 병행하, 얻은 깨달음을 빌어 작은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라는 야심찬 버킷리스트의 실현이었다. 꿈을 현실로 옮기는 데에는 생각보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마음먹기 나름,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식상한 듯해도 요긴하게 뼈를 때리는 말들이 힘이 되었다. 일단 마음먹고 시작하고 보니 어떻게 해서든 되는 방법만을 찾고, 나아갈 길만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어김없이 코로나19와 직면했다. 하지만 걱정스러웠던 처음과는 달리, 오히려 금세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굳건함이 생겨났다. “잘되면 내 덕, 안되면 코로나 탓이라 하지 뭐,”하는 생각으로 부딪혀보고자 했다. 그것이 마음에 여유를 만들었고, 다행히 한 해를 잘 이겨내며 오늘도 묵묵히 걸어나고 있다.

하루에 수백 건씩 점포정리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경제난과 불안요소들의 여파로 인해 곤란한 상황들과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은 달라질 수 있다. 긍정을 품고 도전하고, 부딪히고, 휘청거리고, 다시 일어나며 그렇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주변 상황을 탓하기보단 스스로를 독려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행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필자와 같이 도전하는 많은 초기사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기로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시너지로 인한 크고 작은 기쁨과 곳곳에 숨어있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므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 하면서 큰 기업들에서 개인 크리에이티버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확연히 관심이 높아졌다. 아니 필수불가결해 졌다. 덕분에 온오프라인 판로를 주력한 마케팅 디자인이 과열되고, 그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어쩌면 어려운 용어를 뒤섞어가며, 브랜딩의 중요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더 간절히 찾아주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얼굴 없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고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심어주는 일, 디자이너로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 누구보다 큰 보람을 느끼며 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소상공인들과 소중한 인연으로 진심어린 가치를 담아 하나하나씩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따로 또 같이 힘을 길러내는 길일테니까.

‘비도진세(備跳進世)’, 도약할 준비를 하고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도약하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좋게 생각한다면, 무언가를 조용히 준비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밥벌이가 더욱 치열해지는 시대에 과연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의 가치 또한 어떻게 자리 잡아 나갈 것인지가 필자에겐 가장 큰 화두이며 새해, 그리고 앞으로의 가장 큰 소망이다. 모든 브랜드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보다 힘을 낼 수 있기를.

신년에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어,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 해도 우리는 늘 또 다른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제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일상이 됐다. ‘2021년은 미래 10년을 시작하는 첫 해’라며, 어쩌면 ‘플러스 성장'으로 대전환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신년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디 2020년에 심은 노고와 간절함의 씨앗이 그 바람처럼 새해는 기쁨과 행복의 싹으로 가득 피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류지희(대구시 북구 태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