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1.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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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

 

그해 여름은 더웠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입대하는 형에게 이끌려 중앙로의 문화서점을 찾았다. 난생처음, 서점에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구경하고 뒤적거려서 겨우 ‘아라비안나이트’를 골라서 겉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으면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페르시아와 인근 나라들의 고대 민간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18세기에 들어 프랑스와 영국의 작가들이 새로 편역하여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세헤라자드 왕비가 의처증이 심한 왕에게 천 일 밤 동안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라딘과 요술 램프, 하늘을 나는 양탄자와 같은 신비하고 모험 가득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면서 왕의 사랑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페르시아는 마지막 왕조인 팔레비 왕조가 들어서면서 1935년에 이란으로 국가 이름을 바꾸었으며, 1998년도 혁명으로 군주제가 폐지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되었다. 이미 신라 시대에 실크로드를 통하여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란은 우리나라와 제일 먼저 수교한 중동국가이다. 원유와 건설 토목에서 조선, 전자, 기계, 화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인적, 물적 교역이 증대하면서 우리나라의 고속 경제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된 국가이기도 하다.

1977년도에는 테헤란 시장이 서울시를 방문하여 체결한 서울-테헤란 도로명 교환 협정에 따라 생긴 강남의 테헤란로는 우리나라 금융과 IT 산업의 중심가로 발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장금, 주몽과 같은 TV 드라마와 가전제품의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한류 국가이며, 지난 2017년에는 ‘실크로드 코리아-이란 문화 축제’가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다.

새해 벽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항에서 UAE로 가던 우리나라 선박 ‘한국케미’호가 해양 오염을 이유로 걸프 해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拿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핵 합의 탈퇴로 인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우리 은행에 동결된 원유 대금 70억 달러(약 7조 6천억 원) 반환을 요구하는 이란 정부의 우회적인 전략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란은 불과 수년 전에도 해양 오염 등의 이유로 인도와 영국의 유조선을 나포하여 협의 끝에 풀어 주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신속하게 실무진을 파견하여 협상을 시작하고 있으며, 우리 은행에 동결된 자금으로 이란이 구입하는 COVID-19 백신 대금을 지불해 주는 방안도 미국과 같이 협의하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교류를 이어 온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현안들을 원만하게 타개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중동지역 약도. 정신교 기자
중동지역 약도.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