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85) 소(牛)의 느린 걸음에서 인생을 배우자
[원더풀 시니어] (85) 소(牛)의 느린 걸음에서 인생을 배우자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1.1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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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맡긴 소는 살고 빠져나오겠다고 발버둥친 말은 죽는다는 의미다. 커다란 연못에 소와 말을 동시에 던지면 둘 다 헤엄을 쳐서 땅위로 나오는데 말이 소의 두 배 정도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홍수로 물이 불어난 강물 속에 던지면 말은 자신의 헤엄 실력만 믿고 물살을 이기려 안간힘을 써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애쓰다가 지쳐서 죽고 말지만, 소는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강가로 나가다가 가장자리의 바닥에 발이 닿게 되면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작년 여름 수해 때 이런 모습을 보았다.

새끼를 임신한 소가 지붕 위에서 극적으로 구조되는 모습도 보았고 강물 속에서 수십Km를 떠내려간 소가 다른 지역에서 주인을 찾아오는 감동스러운 장면도 보았다.

소는 우직하면서도 참을성이 많고 근면 성실한 가축이다. 일찍부터 농사가 근본이던 우리 조상들과 함께 힘든 일을 도맡아 묵묵히 해 왔고 또한 집안 살림의 버팀목이었다.

부의 축적에 의한 집안의 재산으로 시집가는 딸을 위해, 학교에 가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희생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소에게서 배워야한다. 배울게 너무 많지만 우선 뚜벅 뚜벅 걸어가는 느린 걸음부터 배우자.

요즈음 사회가 빠른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오죽하면 인사가 “잘 계십니까?” 대신 “많이 바쁘시죠?”이다.

먹고 살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걸 얻기 위해 앞만 보며 뛴다.

긴장된 생활 속에서 웃음은 사라지고 마음은 메말라 자신을 몰아세우기에 정신이 없다. 돈, 명예, 권력, 지위 등 수많은 유혹으로부터 우리는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움켜쥐고 싶은 끝없는 욕심으로, 아무리 채워도 항상 더 많은걸 바란다. 그래서 인생의 매 순간을 자신과 싸우면서 바쁘게 살아간다. 처음엔 생존을 위해, 다음엔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그 다음엔 권력과 명성을 위해 메슬로우의 욕구 위계에 따라 끝없는 욕망으로 이어간다. 정신없이 뛰다가 잠시 멈춰서 돌아보면 자신의 삶은 보이지 않고, 길지 않은 인생 남을 의식하며 살다가 정작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다가 정녕 자신이 원하던 것을 다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그제야 늙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지나간 덧없는 세월을 후회하는 날이 온다.

목표를 향해 노력은 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고 여의치 않더라도 낙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을 위로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만족을 찾도록 애쓰자. 무엇이든 결과가 완벽하기를 바라지 말자.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면 다행이라 생각하는 자세로 현실에 만족하자. 이제 시니어들에겐 누구의 간섭과 제한도 없이 내 시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남에게 피해가 안 되는 범위 안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자.

뒤도 돌아보고 좌우도 살펴 산과 들에 피는 꽃도 보고 떨어지는 낙엽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자. 남은 길이 지나온 길보다 훨씬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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