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제주 새미 은총의 동산

제주 새미은총의 동산. 이성호 작가 — 제주 새미 은총의 동산. 이성호 작가

새미 은총의 동산은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다. 이 성지는 성이시돌 목장 안에 있는데, 새미는 주님의 은총과 순례자의 기도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영문으로는 SAEMI로 표기해 Sanctus(거룩한), Anima(영혼), Evangelium(복음), Meditator(중개자), Imago Dei(하느님의 모상)라는 뜻을 담았다.

새미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최후의 만찬까지 열두 가지의 주요 사건을 표현한 ‘예수님 생애공원’과 삼위일체 대성당, 묵주기도 호수 사이에 대형 조각상으로 재현한 십자가의 길 15처가 마련되어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 손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못. 사정 없이 내리치는 병사의 망치 소리 사이로 예수의 비명이 흘러내린다. 당신의 그 고통을 저희가 나눠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이성호 작가

순례자는 예수님의 손아래 무릎을 꿇어 축복을 청하고, 고난을 받으시는 예수님을 품에 안고 짙은 고통을 잠시나마 나누어 가지고자 한다. 실물 크기로 제작된 조각상 앞에서 순례자는 위안을 얻고, 또 예수님의 처연한 슬픔을 위로하며 신과 하나 되는 일치를 체험한다.

묵주기도 길. 십자가 앞에서 사도신경을 바친 후 오른쪽으로 묵주기도 호수를 한 바퀴 돌며 15단 묵주기도를 바치면 자연스럽게 루르드의 성모동굴 앞으로 나오게 된다. 이성호 작가

아무도 물을 길으러 오지 않는 한낮, 사마리아 여인은 우물가에서 자신에게 물을 청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길. 그는 그녀가 그토록 외면하던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도록 한다. 자신이 진리요, 메시아라고 하는 그 사람 앞에서 그 여인은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밧줄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영원한 생명의 물을 만난 여인은 물동이도 팽개쳐 두고, 자신이 마주하기도 두려워하던 그 이웃을 향해 달려간다. 이웃은 늘 어둠이 드리워져 있던 그 여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