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득명리에 자리한 한티는 깊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한 한티는 지금도 대중교통이 들어오지 않는 외딴 곳이다. ‘한티’는 높은 재 밑에서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천주교 교우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을해박해(1815) 시기로 추정된다.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며 서울과 경기, 충청지방에 살던 신자들은 청송, 영양, 안동 등으로 거처를 옮겨 교우촌을 형성했다. 이후 을해박해와 정유박해(1827) 때 대구 감영에 갇힌 교우들의 가족이 감옥과 가까우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한티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기도 그들이 간절히 원하던 안전한 땅은 아니었다. 숯을 굽고 옹기를 만들고, 화전을 일구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공동체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선참후계(관리가 군율을 어긴 죄인을 먼저 처형하고 후에 임금에게 아뢴다)’라는 명목 아래 들이닥친 군사들은 마을을 불태우고 불을 피해 빠져나온 사람들을 무참하게 베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피할 새도 없이 처형당했다. 살아남은 이들은 시신을 수습하는 일조차 여의치 않아, 처형당한 그 자리에 무덤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름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무덤이 생겨나고, 지금은 ‘사랑의 길’이라 하여 많은 순례자들이 그 길을 걸으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각자에게 주어진 ‘사랑의 길’을 찾아오르며.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작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0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현대사진연구회 회장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slow city 함창창작소-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