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타는 사람 자일프로 박동렬 대표
줄을 타는 사람 자일프로 박동렬 대표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1.01.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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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때가 가장 즐거운 로프 타는 남자
정년 걱정 뚝! IMF 후 시설물 유지관리로
달비계로 시작 로프접근 기술자로
로프접근 기술자 자일프로 박동렬 대표. 권오섭 기자
로프접근 기술자 자일프로 박동렬 대표. 권오섭 기자

◆ IMF 사태로 직업전환 ◆

“안전, 안전, 안전이 제일이죠. 일 할 때가 가장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쳐다보기조차 까마득한 고층 아파트 외벽, 20KG가 넘는 안전장비를 하고 실리콘, 페인트 등 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담아 로프(자일·Seil)에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자일프로 박동렬(54·대구 동구 둔산로 29길 8) 대표.

보는 사람조차 아찔하고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무거운 장비와 고된 업무에도 늘 긍정적 마인드와 미소로 화답하는 박 씨.

박 씨는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나 건물 도색, 보수작업 등을 위해 직접 달비계(일명 젠다이)를 타기 시작했다.

경북 영덕군 바닷가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경영학과)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박 씨는 지난 1998년 IMF 사태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시설물 유지관리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 들었다.

초창기 10여 년은 외벽작업공사가 있으면 스카이차나 달비계 기술자에게 공사를 맡겼다.. 본인이 직접 작업을 하지 못해 공사기간 차질 등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다.

박 씨는 40대부터 흔히 볼 수 있는 PP 로프(Polypropylene Rope·일명 밧줄) 한 가닥에 매단 달비계(일명 젠다이)에 몸을 맡겨 위험을 무릎 쓰고 직접 작업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달비계를 타고 작업을 하는 박 씨는 평소 등산을 좋아하고 취미(?)도 맞고 재미도 있어 적성에 맞으면 해볼 만한 직업으로 권하고 싶다고.

작업을 위한 각종 자재들. 권오섭 기자
작업을 위한 각종 자재들. 권오섭 기자

◆ 달비계에서 로프접근 기술자로 ◆

박 씨는 대기업 등의 유지 보수 작업에는 로프접근기술(Rope Access Techniq) 자격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안 것은 2여 년 전이다. 박 씨는 한국산업로프협회(KIRAA)에서 주관하는 2주간의 소정의 교육과정을 통해 로프접근기술 레벨(level) 1 자격증을 취득했다.

“달비계를 타고 작업을 할 때는 위험한 경우가 많았어요. 바람이 심하게 불면 고층 아파트 모퉁이 작업 시 내려오다 보면 바람에 날려 몸이 옆 건물에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달비계가 중심을 잃고 뒤집어지면 다리가 빠져 추락합니다. 달비계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매우 위험합니다. 달비계에 비해 로프접근은 몸이 다 묶여져 있어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면 됩니다”며 그간 한 가닥의 PP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달비계를 타고 작업을 하며 느꼈던 위험과 안전의 중요성은 물론 주 자일(Seil)과 보조 자일에 안전그네에 몸을 싣고 작업하는 로프접근기술의 차이를 실감한다고.

안전! 안전! 안전! 작업 전 동료들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안전! 안전! 안전! 작업 전 동료들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 로프접근기술 자격증 레벨 1~3으로 구분 ◆

로프접근기술 자격증은 하는 업무에 따라 레벨 1, 2, 3으로 구분한다. 레벨 1은 건축물. 레벨 2는 구조물 등 산업현장, 레벨 3은 119 등 인명구조로 나누고 있다. 건축물 쪽은 아직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많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강화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앞두고 재해 예방 등을 위해 자격취득의 필요성은 한층 강조되고 있다.

전문로프접근기술 자격증은 한국산업로프협회(KIRAA)에서 2주간의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테스트를 받고 합격을 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은 운전 면허증과 같다. 운전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바로 운전을 능숙하게 할 수 없듯이 자격증을 받고도 현장은 수십 층의 건물과 작업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보니 취득자의 고소공포증 등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박 씨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처음에는 힘이 들지만 배우면 다할 수 있다”며 “옥상에 올라가 난간 옆에도 못가는 사람은 일이 힘들겠지만,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면 가능하다”며 초보자에게 용기를 북돋우었다.

로프접근 기술자의 정년은 없다. 자일을 타는 사람은 건강하다면 갓 군제대한 20대부터 60대까지 별도 자격증이 없이 달비계를 타는 70대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일을 이용한 로프접근기술은 흔히 우리가 전문 암벽 등반가들이 사용하는 자일(로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자일을 이용한 로프접근은 스위스 등 산악지대가 많은 유럽에서 등반가들이 사용했다. 대형 선박, 다양하고 고층 건축물 등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작업이 많아지면서 등반기술과 장비를 가지고 필요한 산업현장에 접목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위험에 대하여 ’스포츠 클라이밍은 위험을 감수하며 성취하는 것이고, 산업 현장의 로프접근은 최대한 위험을 피하고, 피하지 못하면 줄인다’는 점에서 스포츠클라이밍(암벽등반)과 산업현장의 로프접근의 안전에 대해 시각의 차이가 있다.

로프접근 기술자가의 안전장비 무게는 보통 20KG 내외이다. 이 무게는 기술자의 몸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일이 부담해 작업자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 자일은 보통 2~3톤의 무게를 감당한다. 실리콘, 페인트, 그라인더, 드릴 등 작업에 따라 도구나 소지하는 준비물도 다양하다. 무게는 대부분 150KG를 넘지 않는다. 만일에 대비 해 보조 로프가 함께한다.

아파트 외벽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아파트 외벽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 전국적 다양한 현장 정년 걱정 없어 ◆

박 씨의 작업 현장은 전국적으로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부산 자갈치 시장 조명장치 등 교체작업은 달려있는 기존 구조물 철거와 새것으로 교체를 위해 60Kg의 조명장치 매달고 오르내리며 했다. 잦은 태풍에 비바람이 횡(橫)으로 맞다 보니 누수 등으로 피해를 입은 54층과 50층의 초고층 아파트 보수작업도 했다.

박 씨는 “일이 없어 놀아 본적은 별로 없다”며 “작업 상황과 현장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가 긴 여름이나 일이 바쁜 때는 해 뜨면 시작해서 해지면 내려오는 경우 있어 시작과 마치는 시간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수입은 직접 맡아 하는 경우와 여러 단계를 거치면 금액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타 업종에 비해 다소 높다.

대구에는 로프접근기술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기존 달비계를 타시는 분은 좀 있지만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다는 박 씨는 아직은 로프접근기술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대기업 공사는 자격증을 보유해야 작업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다보니 달비계를 타는 사람들에게 로프협회를 통해 자격을 취득하여 위험으로부터 보호와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안내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처음에는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걱정이 많았지만,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는 일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니 차츰 무감각해진다”며 “이 일을 통해 자녀 교육과 생계가 유지되고 건강관리만 잘하면 정년이 없고, 후배들이 협회를 구성하여 조직을 체계화 해 가고 있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장과 장비, 로프 등이 담긴 캐리어가방. 권오섭 기자
복장과 장비, 로프 등이 담긴 캐리어가방. 권오섭 기자

◆ 새해부터 법령 개정 시행으로 로프접근 기술자 부족 ◆

올해 1월 1일부터 대기 환경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시행으로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저감 조치를 이행하여야 한다. 공동주택 등 도장 공사 시 기존 뿜칠(스프레이)작업 대신 롤러, 붓칠 방식으로 변경되어 로프접근 기술자는 많이 부족하다.

박 씨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적성에 맞고 직접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건강한 사람이면 권할 만한 직업이다”며 “남들이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하니 작업을 하고 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일에 대한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은 사람에게는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항상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 안전을 최우선으로 산업로프접근은 장비와 시스템으로 발전되었다. 이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협회는 영국에서 설립된 IRATA(Industrial Rope Access Trade Association)와 미국을 기반으로 SPRAT이다.
우리나라는 산업분야에서 종사중인 고 위험군 고소작업자의 안전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16년에 설립된 비영리 법인인 한국산업로프협회 (KIRAA, www.kiraa.kr)가 있다.

전문로프접근기술은 비계나 이동식 승강 작업대와 같은 전통적인 접근에 비해 비용 효율적인 대체 기술이다. 한층 진보된 작업 포지셔닝(Positioning)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산업로프 접근법은 고소 지역 또는 접근이 어려운 구역에서의 안전한 작업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 증명된 방법이며, 비용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다목적으로 신속한 이동, 긴급 작업 실행이 가능하며, 석유가스, 플랜트, 토목, 해양, 지질 등의 분야에서 건설, 설치, 검사, 점검, 수리 등의 다양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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