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반룡사에서 고드름을 보며 2021년 신축(辛丑)년의 꿈을 노래하다
경북 경산 반룡사에서 고드름을 보며 2021년 신축(辛丑)년의 꿈을 노래하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01.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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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처럼 발갛게 농익은 손에선 모락모락 김이 올랐다.
환속한 원효대사는 소성거사로 자신을 지칭한다.
2021년은 백우(白牛)의 해로 상서러움을 더했다.
경산 반룡사 가허루(駕虛樓) 너머로 태양이 지고 있다. 이원선 기자
경산 반룡사 가허루(駕虛樓) 너머로 태양이 지고 있다. 이원선 기자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벌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후락

고드름은 날씨가 추운 날 낙숫물 따위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도중에 추위로 얼면서 생긴 얼음 결정체다.

올망졸망한 유년시절 추녀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따다가 편을 갈라 칼싸움놀이를 즐겼다. 베고 찌르고 하는 도중 대부분이 부러지고 나면 손안에 든 토막이 전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추녀마다 땅을 향해 내달리는 고드름이 무한정이니까? 그 와중에 목이라도 마르면 입안에 넣어 살살 녹여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든 고드름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가집 추녀에 매달린 고드름은 지지랑물을 품고 있어 찔끔찔끔 녹아내릴 경우 먹기는 고사하고 옷을 버리기 십상이다. 검은색 옷은 그나마 덜하지만 하얀색 옷에는 누렇게 물이 밸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날이면 “이놈아 이 옷을 다 어째!”하는 어머니의 꾸지람인 듯 지청구가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따라 붙었다.

요즈음처럼 세탁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운 물을 펑펑 마음대로 쓰는 시절도 아니라 어머니의 수고로움은 각일각 더했다. 그 수고로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천둥벌거숭이들은 여전히 고드름을 따다가 손에다 움켜쥐고는 무인이라도 된 듯 바람처럼 고샅을 누볐다. 지금도 겨울철이면 도랑가에서 함지박 가득 빨래를 담아 얼음에 구멍을 낸 뒤 빨래방망이로 탕탕 두들기던 어머니의 가냘픈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방망이질에 비래하여 얼룩진 옷감이 제 모습을 찾을 즈음 어깨라도 뻐근할까? 언 손을 ‘호호’ 불어서 녹일 때면 늦봄의 앵두처럼 발갛게 농익은 손에선 모락모락 김이 올랐다. 티라도 들어갔을까? 매양 과거의 기억이 유년으로 흐를 때면 눈길은 구름을 따라가듯 하늘을 향한다.

반룡사 육법전 추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 해넘이 태양빛에 붉게 빛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반룡사 육법전 추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 해넘이 태양빛에 붉게 빛나고 있다. 이원선 기자

눈(雪)이 귀한 대구와 경산 등지에도 밤을 빌어서 함박눈이 내렸다. 대구는 온 듯 만 듯 했으나 경산의 산간지방은 제법 내린 모양, 유원(幽園)을 찾듯 설경을 찾아든 경산 반룡사는 솜이불을 뒤집어 쓴 듯 산야가 하얀 것이 어엿하게 겨울풍경을 흉내한다.

경북 경산시 용전면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반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의 말사다. 정확한 창건 년대는 알 수 없으나 원효대사와 이두(吏讀)를 만든 설총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통일신라 이전인 600년도를 전후하여 건립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어느 날부턴가 원효대사가 저자거리를 누비며 “어느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주려는가?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라!”며 노래를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신라 왕실에서는 원효대사가 필시 배필을 구한다고 여겨 당시 과부였던 요석공주와 짝을 지우고 둘 사이에서 설총이 태어난다. 이후 환속한 원효대사는 소성거사로 자신을 지칭한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일물이 특히나 아름다운 절 반룡사! 눈 속에 아득한 반룡사 가허루(駕虛樓)너머로 태양이 지고 있다. 2020년, 경자(庚子)년의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 저녁노을이 붉어 보인다. 아마 ‘코로나19’로 인해 숨죽여 지낸 탓에 아쉬움이 앙금처럼 남은 때문일 것이다. 년 초에는 꿈과 희망을 잔뜩 품었지만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나 그 어느 해보다 암울하고 힘겨운 한 해였다. 쥐의 해를 만나 쥐 죽은 듯이 숨죽여 지낸 한해, 너나할 것 없이 국민들의 삶은 고달팠고 또 피폐해 졌다. 어쩌면 그 지난한 나날의 한들이 더해져 한층 더 붉은지도 모른다.

2021년은 신축(辛丑)년으로 소의 해다 천간(天干)으로는 8번째, 지간(支干)으로는 2번째이며 방위는 서쪽, 색은 흰색이다. 흰색은 눈의 색으로 가시광선 전체를 반사하는 색. 흰색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상되는 속성은 청결이다.

따라서 2021년은 백우(白牛)의 해로 상서러움을 더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온갖 시달림을 받았다면 이제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날 때다. 그 기대에 화답하듯 속속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 또한 줄지어 뒤를 잇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짐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상서럽고 우직한 소의 해에는 만사가 형통할 것 같다. 그래서 신축(辛丑)년인 2021을 맞아 흰 소의 해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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