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옷 효자 '농암 이현보'와 농암종택
때때옷 효자 '농암 이현보'와 농암종택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0.12.31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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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아버지를 포함 아홉 노인을 모시고, 67세의 노인으로 때때옷 입고 춤을 춘 효자 농암
농암가, 어부가 등 강호가도라는 문학 장르를 개척한 대시인이자 대학자 농암
농암종택, 애일당, 긍구당, 분강서원 등의 유적과 주변 경치가 수려한 분강촌 일대 힐링여행 추천
애일당. 한완수 기자
애일당. 한완수 기자

◆애일당(愛日當)

농암 이현보는 대시인이며 대학자로 1512년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산수와 전원을 벗 삼아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시가(詩歌)를 읊조리던 유서 깊은 장소에 애일당(愛日當)을 지었는데 이는 '어버이의 늙어감을 아쉬워하여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이다. 또한 부친과 숙부 등을 중심으로 구로회(九老會)를 만들고 1533년 농암은 여기서 부친을 포함 아홉 노인들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

자신도 이미 67세 노인의 몸으로,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나라 래자의 효도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 연회를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라 했다. 이런 효행으로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란 어필을 내렸고, 1855년 89세로 돌아가시니 효(孝)와 절개의 정신을 기려 효절공(孝節公)이란 시호를 내렸다. 이를 기려 경로잔치를 벌여왔는데 1902년까지 시행하여 오다가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농암 이현보(1467~1555)는 조선중기 문신이자 청백리로 자는 비중, 시호는 효절로 1498년(연산군4) 식년문과급제를 한 이래 여러 직책을 거쳐 호조참판의 벼슬에 이르렀고, 76세 때 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으나 병을 핑계로 벼슬을 사직했다. 영지산 자락 취병산이 마을 뒤로 병풍처럼 둘려져 있고 마을 앞에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 수려한 자연과 넓은 들판, 사람살기 좋은 고향으로 돌아와 배를 띄우고 시를 지으며 강호의 즐거운 마음을 누리다가 89세 때 삶을 마쳤다.

농암종택. 한완수 기자
농암종택. 한완수 기자

농암종택(聾巖宗宅)

집을 처음 지으신 분은 영천이씨 안동 입향 시조이자 농암선생의 고조부인 이헌(李軒)이지만, 농암이 불천위(不遷位)로 모셔지면서 농암종택으로 불리게 되었다. 원래 분천마을에 있었으나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영천이씨 문중의 종손 이성원 씨가 흩어져 있던 유적들을 2004년 안동댐 상류 가송리에 유적단지를 조성, 옛 유적을 한자리에 옮기고, 2007년에 분강서원이 재이건되었으며 없어진 유적을 새로이 복원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명상치유체험과 고택숙박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안동시에서는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분강촌)에 농암종택, 긍구당, 명농당, 분강서원, 신도비, 애일당, 강각, 농암각자 등의 유적이 있으며, 계획 중인 농암문학기념관이 신축이 되면 유적이 총망라된다고 한다. 농암선생은 농암가, 어부가등 강호가도(江湖歌道)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하였고, 앞으로 세계적인 강호산수문학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긍구당. 한완수 기자
긍구당. 한완수 기자

긍구당(肯構堂)

긍구당(肯構堂)은 종택의 서쪽에 위치한 별당건물로 1370년경 농암의 고조부인 이헌이 지은 집, 손님을 맞는 별당으로 사용하던 것을 농암이 중수하여 당호(堂號)를 긍구당이라 하였다. 분천리에 있다가 댐건설로 1975년 운곡리로 옮겼다가 이곳으로 이건했다. 긍구당은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계승한다는 것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한 것으로 현판은 영천자 신잠의 전서체 글씨다. 농암은 이 집에서 태어났고 또한 이 집에서 돌아가셨으며, 농암 사후 농암종택의 중심 건물이 되어 모든 문사(門事)가 여기서 결정되었다.

분강서원 한완수 기자
분강서원. 한완수 기자

분강서원(汾江書院)

분강서원은 1699년 후손과 사림(士林)이 농암선생의 학덕(學德)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웠다. 고종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가 1967년 옛터 서쪽에 복원하였고, 댐건설로 운곡리로 이건하였다가 2007년 현 위치로 재이건하였다. 요즘으로 보면 강당인 흥교당은 교실이며, 흥교당에 딸린 방 성정재는 교장실이며, 동재는 학생 기숙사, 서재는 교무실 겸 선생님 방, 한속정사 건물은 행정실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숙박체험과 교육학습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농암종택은 청량산 자락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하고 있다. '가송리'는 그 이름처럼 ‘佳松: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마을’로 산촌과 강촌의 전경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마을이다. 이웃에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오천유적지, 퇴계종택, 도산온천, 이육사생가 등의 유적이 있다. 청량산과 더불어 가송리의 협곡을 걷는 퇴계오솔길(예던길) 생태 탐방로도 있다. 대시인이며 대학자인 농암의 효를 본받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주변의 경치가 수려한 농암종택의 일원을 돌아보며 힐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